뜻밖의 도전, 첫 요리의 순간
고등학교 2학년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늘 반겨주시던 엄마도 외출하신 모양이었다. 배가 고파 냉장고를 열어 보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김치뿐. 마땅히 먹을 것이 없었다. 그때 부엌 한구석에 놓인 '삼양라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이걸 끓여 먹어야겠다!’
그 시절 라면은 흔한 음식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국수나 칼국수를 자주 먹었고, 라면은 특별한 날에야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나는 엄마가 끓여주던 오돌오돌한 면발과 칼칼한 국물을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라면 봉지를 찢었다.
아궁이를 열어보니 연탄불이 살아 있었다. 파란 불꽃이 춤을 추고 있어 라면을 끓이기에 충분했다. 냄비에 물을 붓고, 바로 수프와 라면을 투하했다. 하지만 연탄불 위에 삼발이를 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바람이 들어갈 틈이 없으니 물이 쉽게 끓지 않았다.
나는 냄비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기다렸다. 그사이 국물이 연탄불에 떨어져 새하얀 연기가 올라왔고, 눈이 따끔거렸다. 눈물을 훔치며 라면이 끓기를 기다렸지만, 물이 다 졸아들고 면은 퉁퉁 불어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물이 끓고 난 후 라면을 넣어야 하는 기본적인 과정조차 몰랐던 셈이다.
결국, 퉁퉁 불어난 라면이 완성되었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첫 요리였기에 뿌듯한 마음이 컸다. 한 젓가락 집어 먹어보니, 예상과는 다른 식감이었지만 의외로 맛있었다. 오히려 국수보다 굵어진 면발이 쫄깃했고, 술술 넘어가는 느낌이 색달랐다. 나는 이 라면을 먹으며 ‘이것도 요리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당시 라면을 끓이는 것은 내게 하나의 도전이었다. 요즘처럼 라면이 흔한 시절이 아니었고, 연탄불을 사용하는 법도 익숙지 않았다. 끓는 순서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실수는 지금도 라면을 끓일 때마다 떠올라 웃음이 난다. 하지만 그 실수 덕분에 요리의 기본을 하나씩 배워가게 되었고, 결국 요리 연구가가 되어 후학을 양성하는 길을 걷게 되었다.
내 첫 요리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나만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라면을 끓일 때면 연탄불 앞에서 허둥대던 내 모습이 떠오르고, 국물이 넘쳐 어찌할 바 몰라하던 순간이 생생하다. 하지만 지금은 요리를 연구하고 가르치며, 그때의 작은 성취감이 나의 길을 만들어 주었다.
처음 요리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며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

#내인생의첫요리 #첫도전 #라면추억 #연탄불라면 #요리실수 #음식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