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미국 지사장 이야기 ③]

스스로 한 선택이라고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by 글로벌리

보통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말이 종종 나온다.


하지만 나는,

해외영업을 하게 될 줄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신중히 선택하고 지원한 것이었다.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다.

적어도 내가 알고 선택한 길이니까,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먼저 찾아온 건

의외로 자신감이 아니라

조용한 의심이었다.


‘내가 생각한 이 길이 맞나?’

‘내 선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지?’


누가 틀렸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괜히 스스로에게

자꾸 같은 질문을 하게 됐다.


이상했던 건

일이 잘 안 풀릴 때보다

일이 그럭저럭 잘 돌아갈 때

오히려 더 흔들렸다는 점이다.


크게 실패한 것도 없고,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마음 한편에서는

계속 확신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선택이라는 건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의 시간을

혼자 견뎌내는 일이라는 걸.


우리는 흔히

확신이 생기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에서는

나아가고 나서야

조금씩 확신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기준을 하나 바꾸기로 했다.


이 길이

당장 나를 멋지게 만드는지 보다,

오늘 하루를

버텨낼 수 있게 하는지를

보기로 했다.


불안이 없는지를 묻는 대신,

불안한 상태에서도

계속 해 나가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확인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기준을 바꾸고 나니

흔들림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도,

스스로를 의심하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나는 여전히 불안했지만,

동시에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조금씩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날이

점점 늘어갔다.


혹시 지금 누군가가

스스로 선택한 길 위에서

자꾸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래서 괜히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못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겪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흔들린다는 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이 길을 진지하게 걷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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