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선물이, 호의가 부담스럽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상대가 부담스러워하고 개운치 않은 선물은 하지 않는 게 더 좋다고. 선물이 적당할 때는 좋지만 그 텀이나 가격대가 높아지면 보답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부담스러워진다. 아님 너무 큰 정성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추구하는 방식의 호의가 아니면 어떤 좋은 의도라도 변질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소소한 선물이 좋더라. 이거를 사면서 내 생각을 했을 거라 생각하면 괜히 가슴이 몽글거린다. 나도 부담스럽지 않고 기분까지 좋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마음의 부담이 적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나도 사람이기에 비싼 선물을 왜 안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이 미묘한 상황 중에 생색내고 싶어 한다면 더 별로다. 티가 안 나도 본인이 이걸 했다는 걸 알아주기 원한다면 그걸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온 호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차라리 본인 돈 아껴서 본인 거나 샀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 돈마저 아까워보이게 되는 불상사까지 발생해 버리니.
sns로 한 영상을 보게 된 적 있다. 어떤 사람이 의자에 앉아 빈 와인잔을 들고 있다. 다른 사람은 그 와인잔에 물을 붓기 시작한다. 잔이 가득 차고도 의자에 올라가서까지 물을 흘러넘치는데도 들이분다. 와인잔을 들고 있는 사람은 당황한다. 옷이 젖어가는데도 물은 흘러넘친다. 그 영상은 안무가 피나 바우쉬가 표현한 고독과 사랑의 욕구를 탐구한 작품이다. 그 영상의 댓글이 인상적이었다.
열중해 있는 사람은 이게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인 지 깨닫지 못하는 거예요. 아무리 사랑을 쏟아붓더라도 한쪽만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과하게 사랑을 준다면 소용이 없어요. 나눌 수 있는 감정이어야 사랑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 문제는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들, 소소한 우정 등 모든 인간관계라면 모두 해당되는 것 같다. 나에게 과분하거나 바라지 않은 게 돌아오면 나는 돌려주기 어려워진다. 순수하게 고마울 때도 있겠지만 이건 때에 따라 다르니 우선 생략하겠다. 문제는 상황에 맞히려고 보니까 내가 진심이 아니게 되고 계산적이게 되어버린다. 이만큼은 줬으니 이만큼은 돌려줘, 이렇게 말이다. 그런 내 모습이 싫어졌다.
앞서 말했듯이 생색을 내는 사람에게는 더 받기 싫어지는 건 우리 이 정도 사이는 되잖아? 하고 결정 지어버리는 것 같기도 해서다. 다르게 말하면 그 정도는 해야 이 정도 사이가 이어진다는 말이 될 수 있는 거다. 그런 게 없어도 이어지는 건강한 관계도 얼마든지 있다. 나 자체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좋다. 담백하게.
내가 호들갑 떠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기분의 게이지가 높아지면 체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들떠있는 내가 가끔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나의 들뜸은 남에게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늘 차분하려 노력하다 보니 예민하면서 무던한 성격이 되었다. 이게 무슨 모던하고 화려한 느낌의 말이냐고? 겉으로는 무던해 보이고 사람 좋아 보이지만 성격 더럽다는 소리다. 그러니 이러한 문제로 지금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까.
각설하고 다시 말해보자면 주는 것에 열중해 있는 사람은 상대를 생각한다기보다는 선물하는 자신에게 취해있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무언가를 주기 좋아할 뿐이지 상대가 부담스럽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건 상대를 배려했다고 볼 수 없다. 자기만족일 뿐이니까.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그러면 모든 것이 0에 수렴하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면 너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할 거다. 상대는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들이 생길 때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생각한 방법은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다. ‘주는 너의 마음도 알고 정말 고맙지만 나에게는 조금 부담이 되는 것 같다.‘ ’내가 마음 편히 돌려줄 자신이 없다.’ 결국 사람 관계에서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문제들은 은근히 수두룩하다.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돌려서 말한다고 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상처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보다 당장 내가 더 편한 게 더 중한 문제다. 모든 문제는 아닌 두 사람의 몫이다.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참아봤자 결국은 터지는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사전에 예방하는 게 최고다.
회피형 인간으로서 모든 문제에 맞서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서로가 너무 달라서 말해도 이해받지 못할 문제는 조용히 정리한다. 그럼에도 그 사람과 오래 생활하고 싶고 만나고 싶다면 사전에 예방하는 게 제일 좋은 거다. 이 문제뿐이 아니더라도 솔직하게 말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화내라는 게 아니다. 잘 설명하는 거다. 상대가 당신의 사람이라면 잘 받아들이고 수용할 거다. 아니라면 그 인연은 거기까지일 거고. 아님 서로 입장 다른 것을 인정하고 끝낼 수도 있다. 상대를 위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한 일. 나를 위해 행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