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 책 수집가

책 읽기보다는 책을 좋아했다

by 김조금

어렸을 때 글자를 쓰는 게 느렸다. 나이가 어려서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하니 내 엄마는 당연히 글자 쓰기도 익혔을 줄 알았다. 8살이 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난 당연히 알림장을 적을 수 없었다. 짝꿍에게 써달라 했다. 키 번호가 같은 12번인 남자아이였다. 그 친구는 당연히 싫다 했고 나는 적어주지 않아 울었다. 짝꿍이었던 친구와 나는 서로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엄마는 기억하고 그 에피소드를 웃으면서 자주 풀었다. 내가 들어도 어이없고 웃긴 귀여운 에피소드에 나 또한 종종 이 사건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집에 책이 참 많았다. 똑같이 생긴 키 큰 책장이 우리 집의 대부분이었다. 이사를 가면서 누굴 주거나 버리고 버려서 지금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잘 꺼내보지도 않는 동화 시리즈물을 아직도 내가 버리지 못하게 한다. 그게 얼마나 명작인데. 그래놓고 꺼내보지도 않는다. 당연하다. 지금 내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으니까. 그럼에도 버리지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어릴 때 책 읽는 걸 좋아하니 당연히 읽는 걸 좋아하겠지 싶을 거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읽는 것 자체는 좋아하지만 성인 ADHD에 점점 짧은 걸 추구하는 세상 트렌드에 먹혀서 긴 글을 읽는 습관이 버려졌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좋아하니 책을 산다. 그러고 읽다 만다. 흥미롭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플로우를 타다가 놓쳐버리면 아무리 재미있게 읽고 있던 책이라도 보기 싫어진다. 책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가 그렇긴 하다만 책은 더한 것 같다.


방금도 만화책 신권 한 권과 추천받은 책 두 권을 구매했다. 내가 완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취향이 잘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추천해 줬으니 읽어봐야지. 가벼운 웹소설은 잘 읽어지면서 종이책은 덜 빨리 읽힌다. 이미 책과 멀어진 사람이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다. 반쯤 사실이니까. 이제야 다시 책을 읽으려는 습관도 들이고 글도 열심히 쓰려고 해 본다.


인풋이 없으니 아웃풋이 어려운 사실도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면 그것을 많이 접해야 견문이 넓어지는데 나는 그런 것 없이 그냥 글만 싸지르는 거다. 제 생각이랑 다르다고 생각하신다고요? 그건 당연하겠죠. 그냥 지나가쇼. 토론은 좋지만 비판은 받지 않습니다. 혼자서 엉엉 울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려구요. 그냥 돌아와서 글로 욕하고 논란이 될 수 있겠으나 논란이 될만한 인지도도 없으니 예쁘게 봐주십쇼.


괜히 이북리더기가 사고 싶어 진다. 접근성이 좋으면 잘 읽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종이책의 질감이 좋기도 하다. 돈 없어서 그런 거 맞다. 수집욕이 높은 사람이 돈이 있겠는가. 당연히 없다. 제대로 이어가지도 못하면서 하고 싶은 건 참 많다. 전자드럼도 사고 싶고 베이스도 사서 꾸미고 싶고 막 그런 거다. 아빠가 본인 베이스와 앰프까지 가져다줘도 뭐 하나. 가방 열어보지도 않았다.


욕심은 그득한 혹부리영감인데 성실함은 없으니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가. 성과는 없고 이상만 가득하니 늘 추락만 하는 거다. 늘 스스로에게는 감성적이고 예민하고 개복치다 아주. 그럼에도 아직도 하고 싶은 건 많고 나의 눈높이는 낮아지질 않으니 스스로를 키워낼 수밖에 없다. 감정 컨트롤을 못하고 아주 많이 늦어지겠지만 운동 열심히 하고 체력을 늘려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바쁜 무적인간이 되어야지.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