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기 들어 백기 들어 : 일상의 어려움

by 김조금

벌써 큰일 났다. 나의 게으름과 충동성의 부스터에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저번주도 피드백 댓글을 마무리 지으지 못했다. 약속 가는 길에 마무리하려던 내 계획은 건망증과 함께 날아갔다.

고작 7시에도 일어나지 못하기 시작했다. 일이 바빠 새벽에 할 일이 많아진 것도 이유가 되지만 결론적으로 일어나지 못하니 아침 루틴도 무너진다. 자연스레 무얼 집어먹더라.


최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이제는 시작을 했었다는 말이 정확하다. 반 년동안 찐 살을 빼고 더 나아가 앞자리를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내 충동성은 도와주지 않았다. 음식에 대한 집착은 최근 들어 심해졌다.

단순히 야식을 먹지 않으려 하니 짜증이 났다. 건강한 생활에 알러지 있는 사람처럼 제어가 되지 않았다. 건강식을 싫어하냐? 그건 또 아니다. 샐러드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오늘도 거울의 비친 나를 보고 악담을 퍼부었다. 나름 귀여운데 마음에 안 들게 생겼다. 난 귀여워. 그렇지만 못생겼어. 이랬다 저랬다. 내 마음이 어렵다. 자기혐오는 끝이 없다. 나를 사랑하기란 참 어렵다. 자기애 높고 자존감은 낮은 케이스다.


ADHD의 증상은 다양하다. 나는 조용한 ADHD다. 폭력성이나 산만함이 겉으로 크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집중력 제어가 어렵고 은근한 충동성이 있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음식을 좋아하고 식탐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충동성이 이쪽으로 튄 것 같다. 내 식판에 손을 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다 못 먹는다는 것과 나누어 줘도 큰일 나지 않는다는 걸 인식한 후로는 서로 안 먹는 걸 주고받기도 했다.

그 식탐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고 식판이 없는 성인은 그냥 배달을 한 번에 4개를 시켜 먹는 폭식성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다 못 먹는다. 아니면 꾸역꾸역 소화시키면서 먹는다. 차라리 토를 하면 좋을 텐데.

또 다른 충동성은 무언가를 사고 모으는 행위를 좋아한다. 소비습관이 나쁘다. 갖고 싶은 건 가져야 하는 성격이기에 안 사면 후회하고 짜증 낼 내가 보여서 결국 지갑을 학대시킨다. 학대받은 지갑은 구멍이 뚫려 더 많은 돈을 질질 흘리고 다닌다.


기억력도 좋은 편이 아니다. 좋게 말하면 건망증이 심하다. 핸드폰을 두고 뒤돌아서면 까먹는다. 핸드폰 하나 찾으려고 온 집을 돌아다니는 건 일상이라 힘도 안 든다. 같은 ADHD 증상을 겪는 댄서 겸 안무가 리아킴도 본인이 만든 춤을 기억하지 못해서 수업 전날 복습하는 건 일상이었고 경연 무대 때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지금도 저번주에 쓴 주제와 겹치는지 헷갈려하는 중이다. 만약 똑같은 말을 번복하더라도 양해 바란다.

물건을 잃어버리는 건 문제도 아니다. 그 대신 두던 자리에 두지 않으면 찾지 못한다. 시계는 늘 집 복도 책장에 있는 시계 정리함 위에 두어야 하고 지갑은 늘 왼쪽 주머니 핸드폰은 오른쪽 주머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엄마 심부름을 까먹고 못해서 까먹었다고 말하면 엄마는 그게 핑계인 줄 알았다. 방금도 엄마가 피자를 냉동실에 넣어두고 자라고 했다. 또 까먹었다고 하지 말고 꼭. 내가 할 수 있는 건 응이라는 대답뿐이다.

다들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그중에 내가 좀 게으른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더 나아가 그런 기본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저능아라고도 생각했다. 그 해답을 22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럼 좀 노력하면 되지 않나?라는 의문이 들 거다. 당연하다. 하지만 고작 의지로 바뀔 수 있다면 격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갈 일은 없을 거다. 내 뇌는 다짐 하나로 바뀌지 않는다.

단순히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챌린지다. 전 날 저녁 약을 먹고 자지 않으면 난 일어나지 못한다. 제시간에 눈을 뜨는 건 그냥 못한다. 깨어나도 침대에서 일어나기까지 몇 시간. 힘겹게 다짐하고 침대에서 일어나도 화장실로 들어가는데 여러 번에 다짐 끝에 들어가도 물에 닿기 싫어서 물 틀어두고 멍 때리기. 개운하게 씻고 싶은데 목욕하기 싫어하는 고양이마냥 끝까지 버틴다.

그러다 지친다. 일반인에게 기상하고 일어나서 씻는다의 과정은 나에겐 더 세분화되어 있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위해 비축할 에너지 따위는 없는 거다. 인간 에너지도 여분의 건전지처럼 들고 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일상이 더욱 바빠지면서 밍기적거리는 시간을 강제로 줄였다. 속으로 비명 지르면서 일어난다. 그러니 미라클 모닝 챌린지가 나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문제는 나만 안다. 게으른 사람으로 평가될까 전전긍긍한다. 다행인 건 300원의 벌금을 냄으로써 죄책감이 덜하다.


더 돌아버리는 점은 회피성까지 있다. 이상은 높은데 할 줄 아는 건 없고 눈은 또 높아서 결과물이 안 나올 각이 잡히면 그냥 도망가 버렸다. 물론 그냥 충동성으로 도망갈 때도 있다. 병원을 가야 하는데 가기 싫으면 냅다 자버린다. 그 습관은 고쳤다. 정확히는 아직도 노력 중이다. 일하러 가기 싫다고 냅다 자버릴 순 없으니.

집중력 저하는 지금까지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할 일 진행을 못한다. 게다가 하기 싫다는 생각까지 들면 머릿속 마트에서 드러누워 생떼 부리는 어린이가 된다. 달래는 것도 오롯이 나의 몫이다. 하루하루가 싸움의 연속이다. 내가 나를 육아한다.


내 많은 증상들을 적고 나니 인간쓰레기처럼 보인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과 레슨 숙제 못하기 정도. 절대 작은 흠은 아니지만 남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로 중이다. 나머지는 본인 학대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들도 돌고 돌아서 결국 자책하고 자기혐오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나름 남들 사이에서는 예쁨 받는 편이다. 위에 적은 것들 말고도 모든 증상들은 나를 갉아먹는 행위이기에 남보다는 내가 힘들다. 그래서 티가 덜 난다. 따라서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나뿐이기에 오늘도 자책하고 채찍질하고 당근 하나 던져준다. 피를 흘리면서 먹는 당근의 맛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이래서 다이어트를 못하나 보다.

잘 살고 싶은 마음과 우울감과 피로감에 다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성이 늘 겹쳐져서 청기 들어 백기 내리려다 다시 올리고 청기를 던지려다가 다시 들어 올린다.


[글쓰기 35기_3주차] 202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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