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을 샀다. 귀에 꽂는 이어폰을 쓰다가 문득 귓속이 참을 수 없이 가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갑자기 무엇인가를 자각해 버려 신경 쓰일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 숨을 어떻게 쉰다거나. 가만히 있을 때 혀는 어디에 놓는다거나. 키스할 때 손을 어디다 둬야 한다거나.
우리 몸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랬다. 물론 에너지 효율은 높다지만 몸 안에 일어나는 여러 움직임들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가 있고, 이를 뇌에서 분비되는 진통작용으로 막는다고 한다. 문득 그 고통을 떠올린다면 혹은 진통 물질로부터의 쾌락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무엇이든 별로일 듯하다.
헤드폰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14만 원짜리 헤드폰을 샀는데 30만 원짜리가 왔다. 오...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다니. 이와 같은 일이 있을 때 이렇게 생각한다. 고작 15만 원으로 내 양심을 팔 수 없어! 내 양심은 훨씬 비싸지! 오늘도 도덕의 논리가 아닌 자본의 논리로 양심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