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본다.

눈을 감으면,

by 스물여덟

나는 아판타시아라는 인지장애를 가졌다. 눈을 감으면 그 무엇도 그려낼 수 없는 것이 증상이다. 나의 경우 원, 삼각형과 같은 도형도 그릴 수 없고 눈을 감으면 검은 화면에 티비가 지직거리는 듯한 현상이 알록달록하게 나타난다. 저림의 시각화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눈을 감고 상상해 보세요." 라던가 "머릿속에 사과를 그려보세요." 하는 말을 왜 하는 거지? 라는 의문이 있었다. 내가 인지장애였을 줄이야!


그래서 상상력이 풍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는 능력이 없으니, 설명으로라도 표현해야 할 것이 아닌가? 사과를 상상하라면 사과의 속성들을 쭉 나열한다. 나열된 속성이 많을수록 사고력은 증가되지 않았을까?


좌절했냐고? 아니! 나는 우주를 본다고 생각한다. 까만 배경에 알록달록한 점들. 반짝이고 사라지고 나타나고. 이게 우주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어쩌면 나는 상상의 해상도가 너무 높은 것 아닐까? 도화지는 100억 픽셀쯤 되는데 펜은 1픽셀이라 너무 작아 상상이 안 보이는 것이다. 내가 할 일은 도화지를 멋진 상상으로 가득 채우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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