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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물여덟 Aug 10. 2023

밝을 명明

해와 달 그 관계성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는 다들 알 것이다. 갖은 고난을 겪은 오누이는 동아줄을 잡고 올라가 해와 달이 되었다. 이에 사람들은 생각한다. "견우와 직녀처럼 이 둘도 만나지 못하겠지? 너무 안타깝다. 해는 낮에 뜨고 달은 밤에 뜨니까." 걱정하지 말라 그 둘은 매일 만나니까. 달의 모습은 계속 변한다. 해와 달이 정확히 낮과 밤에만 뜬다면 (물론 지구가 도는 것이지만) 달은 매일 보름달이어야 한다. 맞지 않는가? 달은 해가 비추는 부분만 빛나니까. 그런데 달은 모습이 변한다. 초승달에서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로. 더 놀라운 사실은 달의 주기인 28일 중 단 하루만 보름달이라는 것이다. 하루 빼고 매일 누나와 동생은 같이 다닌다.


상현달은 정오에 뜨고 자정에 진다. 어? 달이 밤하늘에 없나요? 없다. 하현달은 자정에 뜨고 정오에 지기에 아침에 해가 보인다면 보름달부터 그믐달이다. 같은 이유로 초등학생은 밤 하늘에 걸린 하현달을 보지 못한다. 일찍 자야지!


해와 달이 같이 뜨면 얼마나 밝을까? 밝을 명 한자의 제자 원인이다. 하지만 하루 빼고 같이 뜨는걸... 시간이 달라질 뿐이다. 심지어 삭월 때에는 해와 달이 동시에 뜨고 진다! 오누이가 잔치를 벌이는 날이지만 더 밝지는 않다. 그러면 28일에 한 번씩 일식이어야 하지 않나요? 다행히 달의 공전 주기가 약 15도 기울어져 있어서 일식과 월식은 가끔 일어나는 현상이 되었다.


옛날 사람들이 이걸 몰랐을까? 장담하건대 지금보다 높은 비율의 사람들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하늘이란 농사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숭배 대상이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왜 이런 글자가 만들어졌을까? 내 추측이지만 한자를 만들고 사용하는 식자층들은 절기를 알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거다. 그들은 농사를 짓지 않는데 달의 모양이 무슨 상관인가? 그냥 달과 태양의 밝음이라는 성질에 집중한 것일 테다.


이렇게 만들어진 밝을 명 자는 역법이 발전하고 절기가 세분되었지만, 과거부터 사용된 관습 때문에 계속 쓰인다. 오늘날까지도. 이 글자를 볼 때면 실생활과 유리된 학문이 얼마나 공허한가에 대해 생각한다. 학문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생활이 발전하고 모두가 윤택한 환경이 되면 좋을 텐데.


물론 현대에서는 학문이 너무나도 많고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쓸모없는 학문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내 의문도 의미 없는 메아리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발전했던 학문마저도 모두 복잡한 관계로 얽혀있을 수 있기에. 다만 이 모든 이야기는 지식에 대한 접근이 자유로워진 현대 시대이기에 가능한 고민일지도. 우리는 역사상 가장 행복한 시기에 살고 있다. 그 사실에 매번 감사하다. 지구 대부분의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이자 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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