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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물여덟 Aug 09. 2023

현대사회와 편견

편견은 나쁜 것일까?

세상은 편견을 지양하자고 말한다. 편견은 나쁘다고. 반골 기질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편견이 무엇이길래 갖지 말라고 하나? 편견이 정말 나쁜 것인가? 천천히 생각에 잠긴다.


편견은 기울어진 생각이라는 뜻이다. 왜 뇌는 편견을 쉽게 갖도록 진화했을까? 편견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겠지. 왜 유리할까? 사실 편견은 한쪽에 기울어진 생각이고 그 덕에 사고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빠른 의사결정. 주위에 위험이 가득했던 과거에는 이 편견이 생존에 지대한 이점을 주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편견을 가진 인류가 더 많이 살아남아 현대 사회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그래 과거의 잔재이자 야만의 잔재인가?


과거엔 삶이 복잡하지 않았다. 나와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것은 나쁜 것이고 이득을 주는 것은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가치판단 기준 역시 다양해졌고 이건 선과 악을 딱 잘라 말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편견으로 사고하면 빠르고 비교적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빠르지만, 틀린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한없이 높아진 것이다.


섣부른 판단을 사용하는 문제가 늘어나자, 우리는 편견을 배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측의 말을 잘 들어보고 중립적으로 혹은 나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판단하라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자고 되뇌한다. 편견은 비논리, 야만이 되어갔다. 그러면 우리는 중립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중용은 산술값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값이다. 편견 없는 시선 역시 격변하는 상황 속에서 꾸준히 받침점을 옮겨야 한다. 편견은 쉽고 중용은 어렵다. 인간은 편한 쪽으로 움직이기 마련. 게다가 세상은 개인에게 편견을 강요한다. 게다가 알고리즘의 발달로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었다. 이에 생겨난 확증편향은 중용은커녕 편견을 강화했다. 쉬운 길이니까. 유도된 길이니까.


사회가 변했으니 우리도 변해야 한다. 나의 의견, 나의 주관을 가지기 위해선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 직접 인터넷 뉴스, 유튜브를 보라는 소리가 아니다. 세상을 직접 보고 느끼고, 여러 권의 책을 읽고 각자의 관점을 이해하며 적용하고, 나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 이건 건축이 아니다. 땅을 파가며 단단히 고정하고 건물을 쌓아 올리면 처음엔 평평했던 균형이 언제고 바뀔지 모른다. 굳건히 만들어 버린 자기 확신은 독이 되어 편견을 강화한다.


물론 편견을 깨기는 어렵다. 특히 내 경험으로 축적된 것이라면 더더욱. 세상을 직접 보자고 말했지만 직접 겪음으로써 편견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편견을 지울 수 없으니 같이 살아야 한다고? 평생 남들을 멋대로 생각하며? 관점을 비틀어 보자.


사람들은 모두 다 편견이 있다.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겪은 경험이 다르다. 그렇기에 경도되어 생각한다. 물론 생각이 행동으로 이루어지고,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고, 사회에 손해를 끼친다면 나쁘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각자의 지식으로 각자의 창의성을 발휘해 편견을 이견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는 창의적 시선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편견을 나쁘다고 생각한다. 편견에 의해 불쾌한 경험을 하거나, 친한 누군가에게 실수하거나, 하나의 프레임으로 타인을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편견은 없어질 수 없다. 우린 평생 남과 똑같은 경험을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받아들이자. 다만 스스로 점검하자. 내가 이 도구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가? 빠른 의사 판단을 위하거나, 삶의 경험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거나, 혹은 다른 관점을 제시하거나. 기울었지만 고정되지는 않은 말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보다 더 다양하고 효율적으로 나와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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