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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물여덟 Oct 13. 2023

시지프스의 삶

우리는 모두 삶을 향해 죽음을 밀어내는 시지프스일 뿐이다.

우리는 모두 삶을 향해 죽음을 밀어내는 시지프스일 뿐이다.


삶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져 이따금 놓아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주저앉아 목 놓아 소리치며 운명을 원망하며. "이것이 삶이라면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늙어서 더 이상 죽음을 밀어낼 수 없어질 순간까지 삶으로 바위를 밀어야 한다. 아마 행복은 고도가 아닐까? 행복이라는 아찔한 미끼를 문 채로 바위를 미는 우리는 모두 장님이다. "더 밀다 보면 더 행복해질 거야." 언젠가 다가올 추락을 애써 무시한 채.


위험한 행복을 위해 영원한 고통을 감수하는 어리석은 자들. "이 정도 행복이면 충분하지."라며 힘을 빼면 다시 추락하기에 멈춤을 위한 고통도 겪어야 한다. 더는 견딜 수 없을 때까지. 그러나 기왕 멈추는 고통을 겪는다면 더 나은 행복과 함께 받는 게 좋지 않을까? 그 생각으로 고통을 감수하는 걸까? 


하지만 인간은 같은 고통이면 더 많게, 같은 행복이면 더 적게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얼마나 악랄한가. 이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선 바위를 놓치거나 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바위는 멀리멀리 굴러가 산을 벗어나고 말아 가장 불행하지만 고통 없는 상태가 된다. 난... 이미 지쳐버린 것 같다. 내가 저기까지 올라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해 버렸다. 길을 잃었다. 텅 비어버린 것 같다. 마치 음료를 다 마신 후의 빨대처럼.


여태 의욕 넘치는 압력으로 음료를 밀어 올렸지만 어느새 잔이 텅 비어버렸다. 액체를 빨아들일 힘도 채울 액체도 잃어버린... 아니 그냥 살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친구가 말했다. "죽을 이유도 없는 것 아냐?".


그래서 그냥 살아있다. 산의 완만한 초입에 바위를 기대고 앉아 생각한다. 그 생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금의 나는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다. 무얼 해볼까? 천천히 바위를 옆으로 밀면서 산을 둘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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