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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강물처럼 Aug 30. 2024

SUMMER TIME DRACULA

모기 한 마리를 잡아서 물었습니다.

“이놈아 처서도 지났는데 어떻게 비뚤어진 입으로 사람을 물어뜯어서 괴롭히냐?”하였더니 모기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도 치과에 가서 삐뚤어진 입도 고치고 이빨도 임플란트로 갈아 끼웠기 때문에 처서지나도 잘 물어. 아~ 피가 달다달아"라고 했답니다.



올해는 입추가 8월 7일, 말복이 8월 14일, 처서가 8월 22일입니다. 처서(處暑)는 24 절기 중 열네 번째로 말 그대로의 뜻은 더위(暑)를 처분(處)하는 절기입니다. 그래서 처서가 지나면 조석으로 느껴지는 선선한 가을 기운에 모기도 입이 삐뚤어져 피를 못 빤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올해는 가을 기운이 전혀 없는 한여름 같은 8월 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어서 한밤중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는 잠자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추석이 보름 정도 남았는데 추석에도 에어컨을 가동해야 할까 싶습니다. 처서가 지났으니 모기가 맥을 못 추는가 싶었는데 올여름은 기온이 높고 열대야가 오래 지속되고 습도도 높아서 모기 수명이 짧아졌다고 합니다. 한 달 정도 살던 놈들이 두 주밖에 버티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7월 4주 차에 모기 개체수가 작년에 비해 67.5% 감소했다고 합니다. 작년에 백 마리였던 모기가 올해는 33.5 마리 밖에 안 됐다니 모기 없는 여름이라는 점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9월이 되어 기온이 낮아지면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조심들 하셔야 하겠습니다.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쥬라기월드가 개봉했을 때 그 놀라운 상상력과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만들어진 공룡의 모습에 전세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공룡의 피를 빤 모기가 나무에 앉았다가 나무에서 흘러내린 나무 진에 갇혀 그대로 굳어 버려 오랜 세월이 지나 호박이 되었고 수억년이 지난 현대에 와서 호박에 갇힌 모기의 피 속에 든 DNA를 추출해 살아있는 공룡을 탄생시켰다는 상상력이 아주 기발했습니다. 사람이 존재하지 않던 까마득한 시절에도 존재했던 모기가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으니 만일 인류가 멸종하는 때가 와도 모기는 살아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충류의 딱딱한 피부를 뚫고도 피를 빤 놈들이니 말입니다.



이상하게도 한 공간에 있는 여러 사람 중에 유독 모기한테 잘 물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농담조로 피가 달아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모기에게 잘 물리는 사람을 보면 젊은 사람이 더 잘 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해지는 모기에 관한 효자 이야기가 있습니다.


연로한 홀아버지를 봉양하는 효자가 있었습니다.
여름밤이 되어 밤마다 모기에게 물린 아버지가 아침이면 벌겋게 부어오른 곳이 가려워서 참지 못하고 피가 나도록 긁는 것을 보고 어느 날 밤에 몰래 아버지 방에 들어가 옆에 누워 발가벗고 누워서 잠을 잤습니다.


날이 밝아 아침이 되어 아버지가 잠을 깨기 전에 아들은 밖으로 나왔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버지는 오랜만에 간밤에는 모기한테 물리지 않고 잠을 잘 잤노라며 기뻐했습니다.  아버지 대신 모기에게 피를 빨린 아들은 온몸이 가려웠으나 아버지가 단잠을 잤다는 말에 행복해하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모기가 젊은 사람의 피를 더 좋아하는 것은 거의 맞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모기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뿜어내는 사람, 땀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고 하니 젊은이들을 더 좋아한다는 말이 맞습니다.


더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모기가 적외선을 뿜어내는 사람을 더 찾는다는 것입니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은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일곱 가지 색깔로 나뉘게 된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일곱 색깔이니 가시광선(可視光線)입니다.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광선도 있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에서 빨간색 광선보다 파장이 더 긴 광선을 적외선입니다. 빨간색 쪽으로 벗어나므로 적(赤)외선이라고 부릅니다.   


모기가 적외선을 아주 좋아한다고 합니다. 화학적, 생물학적 반응을 잘 일으키는 자외선과 달리 에너지가 낮은 적외선은 주로 열을 전달하기 때문에 열선이라고도 합니다. 체온이 높은 사람이 적외선도 더 많이 뿜어 내므로 모기가 체온이 높은 사람의 피를 더 많이 빤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더 확실한 것은 체온보다도 적외선입니다. 이산화탄소, 체온, 적외선으로 실험을 해본 결과 모기들은 적외선 쪽으로 몰려드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모기한테 덜 물리는 방법은 헐렁한 옷을 입어서 피부와 옷 사이 공간이 적외선 방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계절은 바뀌어 가을은 옵니다. 한여름 더위에 맥을 못 춘 모기들이 가을에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보건당국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아까운 피 모기한테 빨리지 말고 잘 모아두었다가 헌혈 한 번 하시는 가을 되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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