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영화 산업의 트렌드 - 1

아니메(アニメ) 영화들이 증명한 영화 흥행 공식

by 이승원

2025년 10월 24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점화된 칼럼이 한 편이 올라왔다. 오동진 영화평론가의 [‘극장판 체인소 맨 : 레제편’이 1위라니?!]라는 칼럼이었다. 해당 칼럼의 핵심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극장용 영화를 양산하여 극장가가 상업용 애니나 콘서트 등 다른 콘텐츠로 채워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해당 해결방안이 정말로 효과적일까? 이러한 접근이 왜 현재 영화 산업의 구조와 어긋나는지, 아래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극장가에서 과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대형 OTT들의 등장이다. 대형 OTT들의 등장은 과거와 달리 영화에 대한 수요를 굉장히 탄력적으로 바꾸었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하자면 현대 소비자들은 영화 시청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극장가에서 영화 상영 시기를 놓친다면 영화 티켓과 비슷한 가격의 VOD를 구매해서 봐야 했지만 현대에는 영화 티켓의 가격으로 한 달 동안 원하는 콘텐츠를 제한 없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즉, 영화관에 가는 행위 자체를 과거와 달리 당연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로 하여금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라는 프리미엄을 제시할 수 없다면 아무리 유명 배우 및 영화감독을 앞세운다 하더라도 300만을 돌파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작년 흥행했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을 중점적으로 분석하였다.


첫째는 영화에 대한 사전적 정보이다. 대다수의 영화들은 영화에 대한 사전적 정보가 예고편에 국한되어 있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영화 선택에 대한 리스크가 굉장히 큰 편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생각보다 기대 이하이거나 취향과 달라서 영화값이랑 시간이 아깝다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며, 해당 경험은 '차라리 몇 달만 기다려서 집에서 편하게 OTT로 보다가 나와 맞지 않으면 중간에 시청을 중단해야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귀멸의 칼날'과 '체인소 맨'은 다르다. 세계관과 캐릭터를 소개하는 루즈할 수 있는 도입부는 기존의 TVA로 제작하여 다양한 OTT에서 스트리밍 하거나 기존에 출간되었던 만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굉장히 쉬운 접근성을 제시하였다. 이후 만화 스토리에서 중요하면서도 재밌을 수밖에 없는 부분을 극장판으로 개봉하며 관객들에게 영화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였을뿐더러 극장에 가서 관람하고 싶다는 프리미엄을 충족시켰다. 이러한 흥행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2022년에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흥행공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해당 드라마들의 최종장 부분을 극장 개봉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영화 관람에 대한 리워드다. 1월 14일 기준 한국 영화 거장 박찬욱 감독과 대한민국의 유명 배우 이병헌 씨의 작품인 [어쩔수가없다]의 총 관람객 수는 2,942,822명이며,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인 귀멸의 칼날과 체인소 맨의 경우 각각 5,696,924명, 3,436,803명이다. 이를 보고 몇몇 사람들은 한국 영화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보다 관객동원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중복 관람자 및 유령 관람자수를 제외한 실제 관람자 수는 아마 [어쩔수가없다] 쪽이 관객수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쩔수가없다]의 선방이 아니라 귀멸의 칼날과 체인소 맨은 어떻게 많은 N차 관람객과 유령 관람객을 유도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이 영화 관람에 대한 리워드라고 생각한다. 귀멸의 칼날과 체인소 맨의 경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특정 상영관들의 첫회차는 대부분 매진이었다. 그 이유는 관람객에게 한정판 특전 포스터 등을 소진 시까지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집욕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현재 극장가의 주요 소비층인 젊은 층에게 굉장히 유효하게 작용하며 다회차 관람을 이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현재 한국영화에서 진행하는 무대인사 같은 행사를 초회차나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별하는 것이 아닌 다회차 관람객에게 가중치를 부여하여 추첨선별한다면 많은 다회차 관람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달리 현재 극장가에서는 일방적으로 영화를 제작하고 공급하는 전략은 갈수록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하면 영화관에 대한 수요를 늘릴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번 애니메이션 영화들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철저하게 데이터와 고객 니즈에 기반한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