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산책
자다가 잠이 깼는데,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었다.
답답한데,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던 그런 날들이었다.
다시 잠드려 애쓰던 마음을 접고
"초롱아, 산책 가자." 하며
반려견 초롱이의 목줄을 챙기고, 차키를 챙겨 무작정 어둠 속으로 나갔다.
완전한 어둠.
동네를 한 바퀴 돌까 하다가 시동을 켰다.
갑작스레 바다가 보고 싶었다.
무작정 달렸다.
도착한 곳은 삽교천 방조제^^
차에서 내려 방조제 위에 섰지만 바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바다라는 느낌 때문에 조금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둠 속 바다 바람만 느낀 지 오 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울리는 전화벨.
"어디야?"
"응, 초롱이랑 산책 나왔어. 금방 들어갈게."
다시 달려 집.
남편은 자고 있었고,
초롱이와 나의 밤산책은 그렇게 끝났다.
그래도 조금쯤 답답함이 가셨다.
어쩜 바다가 아니라 내 곁에 있어준 초롱이 덕분이리라.
산책
잠든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울컥울컥 쓴물이 올라와
내 새끼 초롱이와
바다를 보러 간다
바다를 보면
울컥울컥 올라오는 쓴물이
내려갈 것 같았다
새벽이 오고 있는 서해 바다는
여전히 어둠을 밀어내지 못하고
여전히 밀물처럼 어둠이 밀려들고 있었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쓴물을
차라리 다 토해내고 싶었는데
그저 내 목구멍 어디쯤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린다
- 어디야
- 응, 초롱이랑 산책 나왔어
돌아보니
초롱이가 꼬리를 흔들며
내 쓴물을 쓸어내고 있었다
우리의 밤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