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의 날 1. 집앞

집앞에서 주저하던 날들

by 김편선

그런 날들이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집앞에 주차를 하고는 선뜻 차에서 내리지 못하는 날들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날보다 그저 그런 날들이 더 많았지만,

그당시 나에게 집은 안식의 공간이 아니라 불안과 긴장으로 보내야하는 또다른 일터와 같았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짜증이 났고,

때론 예기치 못한 남편의 짜증을 부딪치기도 했다.



남편이 집에 없기를,

남편이 일찍 잠들었기를 바랐던 날들.

그런 바람을 차 안에 한참을 앉아있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콩이와 동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는 남편을 만나

정말 아무렇지 않은듯,

이제 막 도착한듯 그렇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정말 온통 잿빛의 날들이었다.






집 앞



집 앞에 차를 세웠다


빽빽한 농도의 물 속인 듯

차 문이 열리지 않는다


한참

숨을 고르고

온 힘을 다해 문을 연다


이제는 뻘밭이다

생명을 키워내지 못하는 듯

생명을 보내고 싶지 않은 듯

자꾸만 내 종아리를 잡아당긴다

어느새 허벅지까지 뻘밭이다


또 물 속이다


또 집 앞이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