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편선 Dec 02. 2023

5학년 여학생들의 "자기야~"

너네 "자기" 아닌데.

어느 날 5학년 여학생들이 교실로 들어서면서

하하호호 웃어댄다.

그러면서

"자기야"

"여보야"를 부른다.



순간 당황한다.

뭐지?



그러면서 떠오르는 생각

아! 이 녀석들이 내가 남편과 통화하는 걸 들었구나 싶었다.



당황한 표정을 감추고는

"어머, 너네 엄마아빠는 평상시에 여보야, 자기야. 그렇게 안 부르니?"

하면서 시침을 뚝 떼고 물었다.



다시 꺄르르~~~ 꺄르르~~~

웃음 소리도 참 높고 해맑다.

"그렇게 안 부르는데요."

"누가 그렇게 불러요."

한다.



나의 남편.

나의 여보야, 자기야는 현재 병원생활 중이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4년하고도 10개월째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남편에게 병원 밖 세상과의 소통은 내가 유일하다.

언어 장애까지 있어서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과는 연락하지 않고 나랑만 하루 몇 번씩 통화를 한다.

물론 통화라 해도 내가 일방적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난 남편과 통화를 할 때면

참 다정하게 대한다.

"여보야, 잘 잤어?"

"자기야, 오늘 힘들었겠다."

누가 들어도 달달한 신혼 같다.



학원에서 아이들이 있을 때는 남편과 통화를 하지 않는데,

아마 아이들이 학원 밖에 있다가 내가 안에서 화하는 소리를 들은 것이리라.



이 녀석들은

그 이후 수시로

"여보야~"

"자기야~"

"키득키득"

"하하 호호"

하며 다닌다.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그럴 것 같다.



예쁜 아이들아.

쌤이 좀 부끄럽지만 뭐 어떠니?

너희들이 재미있으면 그걸로 됐다.

너희들이 꺄르르 꺄르르 웃으니 쌤도 행복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