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여학생들의 "자기야~"
너네 "자기" 아닌데.
어느 날 5학년 여학생들이 교실로 들어서면서
하하호호 웃어댄다.
그러면서
"자기야"
"여보야"를 부른다.
순간 당황한다.
뭐지?
그러면서 떠오르는 생각
아! 이 녀석들이 내가 남편과 통화하는 걸 들었구나 싶었다.
당황한 표정을 감추고는
"어머, 너네 엄마아빠는 평상시에 여보야, 자기야. 그렇게 안 부르니?"
하면서 시침을 뚝 떼고 물었다.
다시 꺄르르~~~ 꺄르르~~~
웃음 소리도 참 높고 해맑다.
"그렇게 안 부르는데요."
"누가 그렇게 불러요."
한다.
나의 남편.
나의 여보야, 자기야는 현재 병원생활 중이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4년하고도 10개월째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남편에게 병원 밖 세상과의 소통은 내가 유일하다.
언어 장애까지 있어서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과는 연락하지 않고 나랑만 하루 몇 번씩 통화를 한다.
물론 통화라 해도 내가 일방적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난 남편과 통화를 할 때면
참 다정하게 대한다.
"여보야, 잘 잤어?"
"자기야, 오늘 힘들었겠다."
누가 들어도 달달한 신혼 같다.
학원에서 아이들이 있을 때는 남편과 통화를 하지 않는데,
아마 아이들이 학원 밖에 있다가 내가 안에서 통화하는 소리를 들은 것이리라.
이 녀석들은
그 이후 수시로
"여보야~"
"자기야~"
"키득키득"
"하하 호호"
하며 다닌다.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그럴 것 같다.
예쁜 아이들아.
쌤이 좀 부끄럽지만 뭐 어떠니?
너희들이 재미있으면 그걸로 됐다.
너희들이 꺄르르 꺄르르 웃으니 쌤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