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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Jan 31. 2024

편샘국어의 줌도서관

아이들과 함께 책 읽기

나의 로망 중 하나는 아이들과 북클럽을 하는 것이다.

시시때때로 아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데, 우리 아이들은 고개를 살레살레 흔든다.

초등학생들한테 말하면 중학생들이랑 하라고 하고,

중학생들한테 말하면 아가들하고 하란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아이들과의 북클럽은 나의 로망으로 남아있다.



지난여름 방학을 앞선 어느 날.

논술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과 스터디를 하고 있었는데, 한 분께서 자신은 방학이면 2주 정도 줌으로 책 읽기를 한다고 하셨다.

방학이면 늦잠 자는 아이들을 위해 오전 중에 한다고 하신다.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은 후 이야기를 나누면 더 좋겠지만 일단 이렇게 시작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편샘국어의 ZOOM도서관 운영이 시작되었다.



9시에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는 아이들도 있고,

그 시간부터 방학 특강으로 학원을 가야 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냥 하기 싫은 아이들도 있었다. 



나도 아이들과 같은 마음이다.

오전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즐기고 싶다. 

책도 읽어야 하고, 여유 있게 산책을 겸한 운동도 하고, 뒹굴뒹굴도 하고 싶다.

또, 아이들을 방학 특강으로 내몰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크다.

그래서 나는 방학 특강을 잘 계획하지 않는다. 

물론 안다.

내가 방학 특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저 놀 수 있는 방학이 아님을.

그저 나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좀 여유 있는 방학을 주고픈 마음이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싶은 마음과 그러나 아이들에게 부담은 주지 싶지 않은 마음 등이 모아져 ZOOM도서관을 열었다.



우리 ZOOM 도서관은 완전히 자율이다.

그리고 무료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사람만 환영이다.

문은 항상 열려있다. 

꼭 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아이들이 알아서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침 9시.

이제 겨우 눈을 뜬 아이들,

벌써 아침까지 알차게 챙겨 먹고 책을 들고 앉은 아이들,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책상 앞에 앉은 아이들,,,



그렇게 모여서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인사도 나누지 않는다.

딱 30분.

그렇게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30분이 되면 그제야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자신이 읽은 책 제목과 읽은 쪽수를 채팅창에 남겨주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각자 읽은 책 제목과 읽은 쪽수를 적은 후 조용히 떠난다.

나도 문을 닫고 조용히 나온다.



함께 있으나 

또 따로 자신만의 세계를 갖는 시간

이 30분이 참 행복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꼭 아이들과의 북클럽을 만들 것이다. 

어느 아이들이 나의 북클럽에 초대(납치)될는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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