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편선 Dec 05. 2023

기억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향기로운 일상의 초대 중에서

기억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by 김편선



일곱 살의 나는

동네 깨복쟁이 친구들 다 가는 학교를 가겠다며

일주일을 울었다 한다

국민학교 졸업한 단발머리 언니 따라

가슴에 하얀 손수건 한 장을 꽃다발인 양 매달고

입학식도 며칠이 지난 교정을 종종걸음으로 걸어간 기억만 있는데



여든일곱 살의 엄마는

일곱 살의 나보다 더 어린 아기가 되어

일요일에도 대문 밖에서 노란 봉고차를 기다린다

가는 곳이 어디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주머니마다 마스크며 손수건이며 사탕이며

기억에도 없는 추억일망정 주섬주섬 담아둔 채



밤 한 솥 끓여낸 가마솥의 온기처럼 포근했던 엄마의 품

이제는 내가 울 엄마를 품어본다, 뜨겁게



매거진의 이전글 요정을 잃어버린 신데렐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