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세이브: 위기 상황에서의 최소 손실
골프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플래이를 할 때가 있습니다. "버디 같은 파." 어떤 의미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잘했다'라는 느낌이죠?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아주 잘했다?'가 되겠네요. 무슨 소리를 하나 하시겠지만, 한 타를 줄이는 것보다 더 짜릿하게, 타수를 지켜내는 경우를 말합니다. 한타 또는 두타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잃지 않는 샷을 만들어 낼 때, 이것 또한 엄청난 희열을 줍니다. 해본 사람은 압니다. 어떤 느낌인지.
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손실이 날 수 있는 경우, 리더들은 어떻게 대응을 하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LG그룹의 4세 경영인 구광모 회장은 취임 때부터 회사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실용주의와 선택과 집중을 경영 핵심으로 내세웠습니다. LG가 26년간 이어온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한 결단은 손실의 최소화와 차선책을 통한 반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중에 하나입니다.
그 에피소드를 한번 보시죠.
LG 구광모 회장은 결단을 내립니다. 그는 자존심을 버리고 '실리'를 택해 기업의 체질을 바꾸었습니다.
LG의 스마트폰 사업은 위기 상황에 놓였습니다. LG전자의 휴대폰(MC: Mobile Communication) 사업본부는 한때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던 LG전자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LG의 스마트폰은 솔직히 삼성이나 애플과 비교했을 때, 뭔가 부족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LG, 삼성, 애플은 물론이고, 모토로라, 노키아, 블랙베리까지 별의별 스마트폰을 다 사용해 보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린 시절에 제가 살짝 맛이 갔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신제품만 나오면 그것을 꼭 구매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다 부질없는 짓을 그렇게나 열심히 했습니다.) LG스마트폰은 2015년 2분기부터 2021년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라는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누적 적자 5조 원, 말이 5조원이지 회사 문 닫을 수 있는 금액이죠. 이것은 LG전자 전체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 미래 성장 동력인 전장(VS: Vehicle Solution-미래 모빌러티 솔루션, 즉 미래 운송수단의 혁신을 구현하는 통합서비스)이나 가전(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생활가전과 공조(에어컨, 환기)) 분야에 투입될 자본을 고갈시키는 '밑 빠진 독에 물 붇기'가 되었습니다. LG 브랜드가 가진 가전 명가의 자존심,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누구도 "이거 고마하입시다"라고 말하지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2018년 취임한 구광모 회장은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속 불가능한 사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그룹전체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는 파악하고, 살아남을 길은 '손실 최소화'이외에는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매몰 비용(Sunk Cost)을 과감하게 포기하였습니다. 구 회장은 26년간 쏟아부은 인프라와 브랜드 인지도가 아깝다는 이유로 적자 사업을 유지하는 그런 비효율적인 일을 범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4월, 그는 휴대폰 사업 완전 철수를 공식화했습니다. 이것은 당장의 매출 규모는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해마다 발생하는 수천억 원의 영업 손실을 즉각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손실 최소화 전략이었습니다.
구 회장은 사업은 접었지만 사람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의리죠. 약 3,400명에 달하는 MC 사업본부 인력을 LG에너솔루션, LG이노텍 등 그룹 내 다른 성장 사업 부문으로 배치했습니다. 이것은 LG가 투자하여 훈련한 숙련된 엔지니어 유출이라는 핵심 자산의 손실을 막고, 동시에 신사업의 분야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냈습니다.
그리고, 구광모 회장은 스마트폰이라는 글로벌 B2C 시장에서의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파트너'라는 차선책을 그룹의 핵심 비전으로 격상시켰습니다. 휴대폰을 만들던 기술력(무선 통신, 카메라 모듈, UI 등)을 전기차 전장 부품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 직후, LG전자는 마그나(Magna: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모빌러티 사업에 올인했습니다. 직접 자동차를 만드는 대신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가 되겠다는 이 차선책은 시장의 트렌드와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휴대폰 사업 철수 이듬해인 2022년, LG전자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최대 적자 부서가 정리되자 기업 가치가 재평가되어 상승하였고, 모빌러티 사업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LG의 새로운 '핵심사업이 되었습니다.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은 "퇴각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전쟁의 승리를 위한 전략"임을 정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기업의 자존심 따위는 과감하게 버려버리고, 기업의 생존과 구성원의 미래를 위해 도려내야 할 부분을 확실하게 도려내었습니다(영화에서 가끔 보죠? 주인공이 다친 부위를 독한 술로 소독하고, 한 모금 마시고, 이 악물고 도려내는 장면. 저도 손을 살짝 베어서 이를 따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냥 소독약 쓰세요.)
승리가 보이지 않을 때, 과감히 손절매(Stop-loss)를 단행하고 그 자원을 승률이 높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구 회장의 방식은 현대 기업 경영에서 '차선책이 어떻게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생각되어 이렇게 소개헸습니다. 배울 것은 배워야 합니다. 손절매!
루번 마크(Reuben Mark) 전 콜게이트-팜올리브 CEO는 '위기 상황에서의 손실 최소화'와 '차선책으로 승리의 길로 인도하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비즈니스의 교과서와 같은 인물입니다. 그가 1984년 CEO로 부임했을 당시부터 2007년까지 무려 23년간의 조직을 이끌었습니다.
어떤 인물인지 한번 볼까요? 아참, 콜게이트 다들 아시죠? 치약, 칫솔.
1980년대 초, 콜게이트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지나치게 비대해진 조직 구조로 인해 의사결정이 느려졌고, 외부적으로는 업계 1위 P&G(Procter & Gamble)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밀려 미국 내 점유율이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콜게이트는 '점유율 1위 탈환'이라는 목표 아래 P&G와 동일한 방법, 즉, TV 광고비, 판촉비의 돈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는 오히려 영업이익률을 깎아먹는 과다출혈의 모습으로 이어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세제 사업 등 비핵심 분야에서도 적자가 누적되며 기업의 존폐가 논의되던 상황이었습니다.
루번 마크가 부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후퇴'였습니다. 그는 "지금 이길 수 없다면, 지는 곳에서 빨리 나오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라고 말하면서 즉각 이것을 실행했습니다.
그는 매출액 규모에 집착하지 않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들을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특히 P&G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낮았던 몇몇 생활용품 라인을 매각하여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이것은 단기적인 매출 감소라는 당연한 결과를 수반했지만,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지시키는 결정적인 한 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철저한 비용 통제(Lean Management)를 시행하였습니다. 루번 마크는 거액의 광고비를 사용하기 전에 제품 생산 원가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 공장의 제조 공정을 표준화하여 불량률과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여기서 절감된 비용은 다시 제품의 품질 향상과 마케팅 자원으로 투입되어 수익 창출의 순환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당시에 경영학계와 주주들은 어떻게 P&G를 꺾고 미국 시장의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인지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루번 마크는 미국 시장에서의 P&G와의 전면전이 가져올 손실을 경계했습니다. 대신 그는 미국이 아닌 세계시장이라는 거대한 차선책을 선택했습니다. 경쟁사들이 미국 본토 전쟁에 집중하는 사이, 남미, 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로 눈을 돌렸습니다. 당시 이 지역들은 소득 수준이 낮아 대기업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루번 마크에게는 이 지역들이 미래의 핵심 시장으로 보였습니다.
그는 현지 국가의 작은 구멍가게까지 콜게이트 제품이 깔리도록 유통망을 구축했습니다. 미국 시장 1위 탈환이라는 목표에 매달리는 대신, 전 세계인의 구강관리를 선점하는 방법을 택한 결과, 콜게이트는 신흥 시장 점유율 1위를 압도적으로 점유하였습니다. 이후 이 지역들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콜게이트의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전체 점유율에서 P&G를 압도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루번 마크는 재임 23년 동안 단 한 번의 분기 실적 목표치 미달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루번 마크는 인상좋은 동네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화려한 언론 노출이나 파격적인 인수합병보다는 줄일 수 있는 손실이 무엇인지 찾고, 남들이 보지 않는 곳의 기회를 찾았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가 바로 냉철한 '자기 평가'임을 잘 시사합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입을 손실을 인정하고, 남들이 무시하던 글로벌 신흥 시장을 공략하여 결국 글로벌시장의 1위에 오른 루번 마크의 전략은 오늘날 모든 기업 리더들에게 깊은 영감을 줍니다.
위기는 언제든지 닥칠 수 있고, 위기는 언제나 우리 주위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 모든 위기를 사전에 모두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하지만, 항상 차선책이 있습니다. 골프를 하다 보면, 특히, 그린 주변에서 웨지클럽만 사용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때로는 우드로 굴려서 홀에 가까이 붙여 파로 타수를 지키고, 벙커에서 퍼터로 빠져나올 수도 있습니다(딱딱해진 벙커에서 실제로 성공한 적이 있습니다. 오, 그 기분, 아직도 기억납니다. 심지어 버디를 만든 기억이 있네요). 이렇게 위기를 극복하여 타수를 잃지 않는 창의력도 골프 실력의 하나입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굿샷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