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홀

새로운 리더들의 멋진 장타

by Free Free

골프장에서 어떤 특정한 홀에 오면, 길게 뻗은, 정말 맘껏 휘둘러볼 수 있는 그런 홀이 있습니다. 그럴 때, 경기진행요원에게 물어봅니다. "여기 그냥 한번 질러도 되는 홀이네요?", 대답은, "네, 맘껏 지르셔도 됩니다. 저기 멀리 두번째 철탑보고 멀리 보내시면 됩니다." 벙커도 딱히 안 보이고, 내장객들이 한번 원 없이 휘두르게 해 주는 홀, 이런 홀에서는 장타자들이 아주 유리합니다. 문제는 철탑을 겨냥한다고 그대로 가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만요. 이제는 저도 나이가 들어 비거리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젊은 사람들과 골프장에 가서 시원한 장타를 보면서, '나도 예전에는 저만큼 보냈는데' 하는 생각에 혼자 숲속으로 들어가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요. 공 찾는 척하면서.

스포츠 관련한 리더들 중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은 아마도 '거스 히딩크' 감독과 '야신 김성근' 감독이 대표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분을 예를 든 기준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웬만하면 다 아는 분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리더들을 이야기해보려 하는데, 이 분들도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아는 국민영웅들입니다.



나이 순으로, 가장 먼저 박세리 선수이자 감독입니다. 요즘은 CEO까지. 박세리 감독의 리더십은 승리의 쟁취라는 원래의 목적을 넘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용기'와 스스로 길을 찾게 돕는 '헌신'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박세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1998년 US 여자 오픈에서 보여준 '맨발의 투혼'입니다. 그리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박세리 감독의 리더십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첫번째, 박세리 리더십의 가장 근본은 결과보다 과정을, 성공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그녀는 리더로서 팀원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이는 본인이 겪었던 수많은 우승과 그 뒤에 찾아온 슬럼프를 통해 얻은 깨달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녀에게 실수는 단순한 오점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자양분이었으며 차곡차곡 쌓이는 학습 데이터였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구성원들이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조용하지만 강한 팀 분위기를 조성하며,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심어주었습니다. 골프는 정신이 지배하는 운동입니다. 박세리 감독은 이를 너무나 잘 안거죠. 저는 골프가 정신을 지배하는 바람에, 한 번씩 삽질을 한답니다.

박세리는 앞에서 끌고 가는 리더라기보다는, 구성원 스스로가 자기 주도적으로 목표를 이루도록 돕는 '슈퍼 리더(Super Leader)'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지시와 통제 대신 지원과 믿음을 택했습니다. 모든 상황의 결정은 나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선수들이 자율성을 가진 독립적인 주체로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것이 자리 잡으면 리더가 없어도 팀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지속 가능한 리더십이며, 구성원 각자가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따뜻한 조력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세번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만한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박세리는 항상 '겸손'을 이야기 헸습니다. 슬럼프를 통해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은퇴 후 사업가와 감독으로서 두번째 도전을 하면서 그녀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상대방의 상황을 공감하고 경청하는 그녀의 소통 방식은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후배들이 진심으로 따르게 만드는 인간적인 매력과 권위를 동시에 확보하게 하였습니다.

네번째, 박세리의 리더십은 항상 미래를 향해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을 개인의 영광으로 끝내지 않고, '세리 키즈'로 불리는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회를 창출하는 데 헌신하였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주니어 대회를 개최하고 후배들의 멘토를 자처하는 것은 "누군가의 꿈이 실현"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리더라는 그녀의 신념을 보여줍니다.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길을 만들면서 걸어온 선구자로서 겪었던 외로움과 고통을 후배들은 겪지 않게 하겠다는 이타적인 마음은 올림픽 골프팀 감독의 자리를 넘어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박세리 감독의 리더십은 '나를 따르라'는 명령이 아닌, '함께 가자'며 손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는 법을 증명해 보였고, 이제는 그때 배운 지혜를 나누어 후배들의 성장을 돕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리더는 단순히 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성장시키고 그들이 또 다른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박세리 감독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의 영원한 식빵누나 김연경 선수입니다.

옆의 이미지는 겸연경 선수 맞습니다. 그냥 받아들이세요. 혹시나 해서 이름까지 적어두었습니다. '어, 아닌데' 뭐 이런 생각하지 마시고요.

세계를 제패했던 배구 여제 김연경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선수 시절 압도적인 기량으로 팀을 이끌던 그녀는 이제 감독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통해,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리더십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현대 리더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첫번째, 김연경 감독 리더십의 핵심은 승리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보다 승리에 도달하는 '과정의 질'에 있습니다. 그녀는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기 내용이 부실하거나 선수들이 안일한 태도를 보이면 가차 없이 쓴소리를 던집니다. 욕도 하는 듯합니다. 카메라가 없으면 장난이 아닐 듯합니다. 이는 리더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단순한 일회성 승리가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가지고 발전해야 할 실력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No Excuse:(핑계는 없다), Find Solution(방법을 찾아라)라는 그녀의 외침은 감정적인 위로보다 명확한 방향 제시를 원하는 우리 모두에게 큰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훈련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실수를 비난하기보다 실수가 나온 원인을 파악하여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모습은 냉철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리더의 전형입니다.

두번째, 김연경 감독은 모든 선수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성향과 현재 종신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것에 맞는 언어로 소통합니다. 야망은 크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유망주에게는 자존감을 세워주는 격려를 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베테랑에게는 간절함이라는 감정을 자극하여 다시 뛰는 힘을 줍니다. 이러한 '상황적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은 구성원들에게 감독님이 나를 제대로 관찰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합니다. 지적을 할 때도 본인의 생각을 먼저 묻고 대화를 시작하는 방식은,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선수들을 주체적인 한 명의 독립된 인격체이자 자신의 파트너로 대우하는 성숙한 리더의 자세를 보여줍니다.

세번째, 공정한 기준과 긍정적 분위기의 긴장감입니다. 김연경 리더십에서 '방출제 언급'과 같은 강력한 조치는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는 조직 내에 '적당히'라는 느슨한 분위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모두가 평등한 기준 아래 평가받는다는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채찍을 든 후에는 반드시 잘한 부분에 대한 즉각적인 칭찬과 보상을 제공하는 '공정한 피드백'은 선수들로 하여금 리더가 비록 화난 목소리로 지적을 하더라도 이것이 감정적인 공격이 아닌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감독이 제시하는 명확하고 공정한 기준은 선수들이 불필요한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자신의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감독 김연경이 보여주는 리더십은 목표를 향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단호함을 유지하되,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선수 한 명 한 명의 마음은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그녀의 방식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수많은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선수 김연경이 '최고의 선수'였다면, 감독 김연경은 '선수를 최고로 만드는 법을 아는 감독'입니다. 그녀가 이끄는 '원더독스'의 성장을 보면서 단순한 스포츠의 승패를 넘어, 진정한 리더십이 한 조직의 잠재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위대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제가 이런 스타일입니다.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다음은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 선수입니다.

현대 축구에서 팀의 주장의 역할은 단순히 전술을 지시하거나 경기장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특히 다양한 국적과 개성이 충돌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엄격한 위계 문화가 공존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라는 두개의 완전히 다른 성격의 팀을 동시에 이끄는 주장에게는 특별한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손흥민이 보여주는 리더십은 ‘솔선수범’과 ‘통합’이라는 두 가지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적 리더십의 이상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손흥민 리더십의 가장 강력한 힘은 말보다 앞서는 행동, 즉 ‘솔선수범’입니다. 그는 카리스마형 리더처럼 권위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매일 아침 누구보다 먼저 훈련장에 도착하고, 경기장 위에서 가장 많이 뛰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뒷모습을 통해 동료들에게 따라야 할 기준을 제시합니다. 그냥 보여줍니다. 토트넘의 동료들이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주장 손흥민의 헌신이 팀 전체의 Work Ethic(워크 에틱: 자신의 일에 대한 성실, 열정, 책임감을 의미)을 상향 평준화시킨다는 사실을 그가 몸소 보여주었다고 말입니다. 주장이 스스로를 낮추며 성실함을 증명할 때, 팀원들은 존경심을 바탕으로 스스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걸 손흥민 선수가 한 겁니다.

또한 손흥민은 팀 내에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축구는 순간의 실수가 승패로 직결됩니다. 손흥민 선수는 동료의 실수를 질책하기보다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격려합니다. 안아주며 위로합니다. 그리고, 그는 동료가 골을 넣었을 때 마치 자신이 득점한 것처럼 진심으로 기뻐하며,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모든 비판의 화살을 자신이 맞는 것을 자처하였습니다. 이러한 배려는 선수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주장이 팀의 부정적인 감정을 흡수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방출하는 역할을 수행할 때, 팀은 비로소 단단한 하나의 팀이 되는 것입니다.

그의 리더십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은 ‘브릿지 리더(Bridge Leader)’로서의 가교 역할입니다. 손흥민은 유럽의 수평적 문화와 한국의 수직적 문화를 모두 깊이 이해하고 있는 리더입니다. 그는 쉽게 경직될 수 있는 국가대표팀의 분위기를 유머와 친근함으로 유연하게 하고, 프로 선수로서 지켜야 할 엄격한 자기 절제의 기준은 높은 수준을 직접 모여주었습니다. 다국적 선수들이 모인 클럽팀에서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팀의 융합을 이끌어냅니다. 이는 단순히 성격이 좋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팀의 정체성을 정확히 읽고 그에 맞는 최적의 행동을 선택하는 지성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손흥민은 책임감을 통해 리더의 진정한 무게를 보여줍니다. 그는 팀이 패배했을 때 결코 환경이나 동료를 탓하지 않습니다. 인터뷰마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다"라고 말하며 팀의 실패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습니다(사실, 경기를 말아먹는 선수는 따로 있고, 중계를 본 모든 사람들은 압니다. 그것이 누구인지). 이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미안함과 동시에 더 큰 동기부여를 느끼게 합니다. 각개인의 스타성보다 팀의 안녕을 우선시하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전형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는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오히려 팀 전체의 위상을 높였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두가 따르고 싶어 하는 진정한 권위를 자연스럽게 얻었습니다.


손흥민의 리더십은 부드럽지만 단단하며, 조용하지만 깊이가 있습니다. 그는 강한 명령이 아닌 따뜻한 포용으로, 화려한 말빨이 아닌 성실함으로 팀의 승리에 기여합니다. 권위는 주장 완장이 아닌 실력과 인격에서 나온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송흥민의 리더십은, 오늘날 우리 모드가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세리, 김연경, 손흥민 이 세사람은 각기 다른 색깔의 젊은 리더들이지만, '세계 최고의 전문성'과 '자신의 팀을 향한 진심'이라는 본질은 모두 같았습니다. 이들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굿샷을 기원합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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