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의 집중: 소통과 터치의 예술
5번홀, 이쯤 오면 꼭 누군가 물어봅니다. "나 몇 개 쳤어요?". 보통 긍정적인 마인드의 경기진행요원은 "잘 치고 계십니다. 이제 몸 풀리셨으니 버디 하셔야죠."라고 용기를 줍니다. 이게 은근히 힘이 됩니다. 하지만, 간혹 이런 경기진행요원도 있습니다. 냉혈한 같은 분들, "벌써 마이 치셨어요. 5개 오바 치셨어요." 1번홀을 '일파만파'했는데, 5번홀에 5개 오바면, 이건 심각하지요. 맨날 보기인 상황. 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은근 공 좀 칩니다. 정말입니다. 물론, 돈 내고 골프 치러 왔으니까, 많이 쳐야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적게 치고 싶습니다.
이번 홀에서는 퍼팅처럼 터치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터치라고 하면 저는 제일 먼저 '맘스터치'가 생각이 나네요. 저만 그런가요? 갑자기, 맘스터치 싸이버거가 먹고 싶네요.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겸 CEO)
에어비앤비는 제가 이와 거의 똑같은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었던 것인데, 다른 사람이 상상을 실현시킨 사업 형태입니다. 제가 조금만 추진력이 있었다면...항상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에어비앤비는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이렇게 3명이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입니다. 여기에서는 브라이언 체스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체스키는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로서, 단순히 숙박 공유 플랫폼을 넘어 '소속감(Belonging)'이라는 가치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이전에 없었던 형태의 위기 속에서 직원들과의 투명한 소통을 통해 회사의 생존과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내는데 체스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여기에 관련한 에피소드를 하나 볼까요?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은 여행 산업에 치명타를 입혔고, 에어비앤비 역시 존폐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거의 망하기 직전이었죠. 예약은 급감하고, 해고는 불가피해 보였습니다. 체스키는 이 위기의 순간에 팀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위기를 완벽하게 극복하고 회사를 재도약시키는 놀라운 리더십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소통이지요. 초기 위기 상황의 투명한 회사정보의 공유가 그것입니다. 체스키는 회사의 재정 상황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직원들에게 숨김없이 공개했습니다. 매주 정기적인 '전 직원회의(All-Hands Meeting)'를 열어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정리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결정을 내릴 때, 직원들에게 진심이 담긴 편지를 보내 왜 이런 결정을 내려야 했는지, 그리고 해고되는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할 것임을 약속했습니다. 그는 '이해'를 구하는 소통 방식을 택했습니다.
체스키는 대규모 해고 발표 이후, 해고된 직원들에게 직접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위로와 감사를 표했습니다. 동시에 남아있는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 상실감, 좌절감에 깊이 공감하고, 이를 인정하는 소통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그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도 '인간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에어비앤비는 장기 숙박 서비스와 근교 여행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을 발견했습니다. 체스키는 이러한 전략적 전환을 팀원들과 세밀하게 소통했습니다. 그는 장기 숙박이 돌파구가 될 수 있으니 이것에 집중하자라고 지시하고 명령하는 대신, 각 부서의 팀원들과 새로운 방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어떤 기능이 개발되어야 하는지,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방안들을 함께 논의했습니다.특히, 장기 숙박에 필요한 예약 시스템 변경, 호스트를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 개발 등 복잡한 전환 과정을 팀원들과 함께 설계했습니다.
체스키는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 근무 전환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사무실 출근 여부, 원격 근무의 장점과 단점, 팀워크 유지 방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직원들의 솔직한 피드백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어디서든 일(Work from Anywhere)'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수립했습니다.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새로운 근무 환경에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체스키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투명하고 공감적인 소통을 통해 팀원들의 신뢰를 얻고, 변화의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방안을 조율하여 완벽한 마무리를 이끌어낸 리더입니다. 에어비앤비는 그의 리더십 아래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강력한 회사로 거듭났습니다.
하라 켄야 (무인양품 아트디렉터)
하라 켄야는 무인양품(MUJI)의 아트 디렉터로서 "이것으로 충분하다(これでいい)"는 엠프티니스(Emptiness, 비움) 철학을 기반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했습니다. 이 말을 경상도 말로 한번 바꿔본다면, "마 고마해라"정도가 되지 싶습니다(여기에 "마이 무따 아이가"를 붙이면 너무 많이 간 것 같고).
켄야의 리더십은 화려한 개인기보다는 핵심 가치를 팀원들과 공유하고, 미묘한 차이까지 이해시키는 세밀한 소통, 그야말로 터치를 통해 완벽한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라 켄야는 뛰어난 디자이너이면서, 무인양품이라는 거대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했고 회사의 철학을 모든 제품과 커뮤니케이션에 일관되게 적용시키는 리더였습니다. 그의 리더십은 팀원들에게 '무인양품다움'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켰고, 그들이 스스로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첫 번째, 하라 켄야는 무인양품다음에 대한 철학의 공유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초창기에 하라 켄야는 자신이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을 지속적인 개념을 설명과 설득을 통하여 무인양품의 수많은 제품 디자이너들과 마케터들에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였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켄야는 정기적인 팀원들과 만나고, 의견을 교환하고,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의 디자인 철학이 팀원들에게 이해되도록 노력했습니다. 단순히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래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들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켄야는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이미지들을 제시하여 '비움'의 개념을 언어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이 가장 잘 번영된 것 중에 하나가 무인양품의 상징적인 포스터들(지평선과 지구, 물 등 자연의 본질을 담은)은 이 '비움'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결과물로, 팀원들이 제품을 디자인할 때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했습니다.
두 번째, 하라 켄야는 결과물에 대한 완벽을 추구하였습니다. 무든 천제적인 디자이너들의 공통점이죠. 완변함의 추구, 이것이 지나치면, 똘끼 충만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겠지만요.
켄야는 미묘한 차이의 중요성 잘 알고, 이를 팀원들에게 강조하였습니다. 때때로 팀원들이 가져온 시안에서 아주 미묘한 색상, 질감, 비율의 차이를 지적하며 재작업을 요구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 빨간색은 무인양품스럽지 않다. 조금 더 탁하고 본질적인 빨강이어야 한다"거나, "이 질감은 너무 인위적이다. 자연스러운 소재의 느낌을 살려야 한다"와 같이 미묘한 차이의 개선에 집중합니다. '디테일이 곧 본질'이라는 생각을 그의 팀원들은 일을 하고, 수정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왜 이렇게 됐는가?",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가능성은 없었는가?"와 같니 "왜"라는 질문을 통해 팀원들이 스스로 깊이 고민하고 최적의 답을 찾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는 팀원들이 단순한 실행자가 아니라, 한 사람 하사람의 디자이너들이 자신과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네 번째, 무인양품의 제품은 없어 보입니다. 뭔가 허전한데, 그 속에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켄야는 팀원들이 이러한 미묘한 균형감각을 체득하도록 끊임없이 코칭하고, 제품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중용(中庸)'의 상태라고 하겠지요(처음으로 한자까지 써 봅니다).
무인양품에는 '무지그램(MUJI GRAM)'이라는 방대한 매뉴얼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제품 진열 방법부터 고객 응대, 매장 청소법까지 무인양품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매뉴얼은 주로 매장 운영의 표준화를 위한 것이지만,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철학이 단순히 제품 디자인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객이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를 경험하는 모든 순간에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합니다. 켄야의 비전이 매뉴얼로 나타나고, 모든 팀원이 이를 따르면서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켄야의 리더십은 자신의 철학을 깊이 있게 이해시키고, 그 철학을 바탕으로 팀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도록 돕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소통에 있습니다. 그는 '비움'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제품과 경험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치밀하게 관리하며 무인양품을 '절제된 디자인의 대명사'로 만들었습니다. 그의 소통 방식은 단순히 업무 지시가 아니라, 함께 가치를 만들고 성장하는 공동체의 리더십에 가까웠습니다.
옆의 그림은 디자인하고 있는 히라 켄야를 보여줍니다. 지금은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빈듯하게 앉아서, 무인양품 제품 디자인하는 모습, 약간 아파 보이기도 하고 , 깐깐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일 참 잘하게 보입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겸 前 CEO)
현제 전 세계의 영화, 드라마를 지배하고 있는,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독특한 문화와 성공을 이끈 인물입니다. 그의 리더십은 '자유와 책임'에 기반한 투명성과 솔직한 피드백 소통을 통해 팀원들이 스스로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독려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넷플릭스는 DVD 우편 대여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헤이스팅스는 미래를 내다보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후에는 다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라는 또 다른 혁신을 시도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판도를 바꾸었습니다.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헤이스팅스는 팀원들과의 세밀하고, 솔직한 소통을 통해 완벽한 마무리를 이끌어냈습니다.
첫 번째, ‘규칙 없음(No Rules)’과 '자유와 책임(Freedom & Responsibility)'의 문화를 구축하고, 소통의 문화를 추구하였습니다. 직원들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헤이스팅스는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 의미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도록 독려했습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휴가 규정이 없습니다. 대신, 각자 자신의 업무를 차질 없이 마무리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것은 팀원들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최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자율적으로 노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헤이스팅스는 회사의 모든 정보를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습니다. 재무 상황, 전략적 결정, 인사 결정까지도 솔직하게 공유했습니다. 그는 '정보의 투명성'이 팀원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았습니다. 스트리밍 전환 시에는 DVD 사업부의 매출 감소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가감 없이 공유하며, 왜 이런 변화가 필요한지 직원과 의견을 고유하였습니다. 이러한 솔직한 소통은 직원들이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대신, 현실을 직시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게 했습니다.
세 번째, 넷플릭스는 '솔직한 피드백(Radical Candor)'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헤이스팅스는 이러한 문화를 직접 실천하며 팀원들 간에도 솔직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도록 장려했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초기에는 어떤 콘텐츠가 성공할지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헤이스팅스는 콘텐츠 담당 임원들과 직접 만나서, 현재 기획 중인 작품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솔직하게 지적했습니다. 반대로, 팀원들도 헤이스팅스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의 교환은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네 번째, 전략적 변화에 대해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확신을 가지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는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실행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소통했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막대한 투자를 결정했을 때, 그는 왜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에 대해 설명하고, 팀원들이 이 비전에 동참하도록 설득했습니다.
헤이스팅스의 독특하면서도 세밀한 소통 방식은 넷플릭스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큰손이 되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위의 세명의 리더들은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팀원들과 세밀하게 소통하며, 그들의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골프를 하다 보면, 300미터 장타의 짜릿함보다, 30미터 롱퍼팅이 정확한 터치와 함께 생각한 길로 굴러가서 홀로 빨려 들어갈 때가 더 기분이 좋고, 거의 환장하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돈내기 홀의 배판에서 이러한 퍼팅이 들어간다면, 이건 상대에게는 혼돈의 카이오스, 나에게는 천국과 극락을 경험하는 순간이 되지요.
오늘도 여러분의 굿샷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