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돌파구, 라고 믿었던 것

by 이백구십일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대부분의 사람은 비슷한 루트를 거친다고 한다.

웹소설에 빠져서 주야장천 보다가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하는 거다.


“어라, 이 정도면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

“스토리 패턴이랑 루트가 비슷비슷하네.”


그날도 여느 날처럼 늘어져서 웹소설만 밤새 보다가 나도 위와 같은 생각을 했다.

정확하게는 이런 웹소설 보고 싶은데, 왜 이런 소재와 이런 주인공과 이런 스토리의 웹소설은 없지?

맨날 이러다 저러고 결국엔 이런 것만 보니까 질리는데.


처음에는 내가 생각한 결과 비슷한 웹소설이 있는지 찾아다녔고.

찾지 못한 후에는 그럼 내가 한 번 써볼까?

아직 이런 게 없는데, 내가 이런 걸 보고 싶어 한 걸 보면 나처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되지 않을까?


아무런 성과도 못 얻긴 했지만 어릴 때 글을 써본 적이 있어서, 웹소설을 쓴다는 게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를 얼른 풀어내고 싶었다.

무작정 키보드 앞에 앉아서 글쓰기 재활을 하듯 떠듬떠듬 1화를 써냈다.


처음에는 5,000자가 넘는 분량을 채운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몇 번 쓰다 보니 그리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다.

매일 늘어져서 먹고 자기만 하다가 드디어 뭔가 해보고 싶은 게 생겨서인지.

별로 회복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꽤 에너지가 채워져서인지.

잘하고 싶은 욕심이 배가 부르게 차올랐다.


예전에는 작법서 그거 어차피 별로 도움 되는 말은 없고.

다 아는 소리만 요만큼 하다가 자기 얘기 좀 하고 끝나니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든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잘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보니 일단 작법서부터 찾아다녔다.

도서관에 있는 것 중에 필요한 걸 죄다 빌려다 읽어보고.


유튜브며, 커뮤니티를 떠돌면서 고릿적 장르 소설에서 웹소설로 변하며 바뀐 것들을 배우고 찾아냈다.

남아서 철철 흐르는 게 시간이라서 개괄적인 내용은 금세 감을 잡았다.


무명 신인이 스타트하기에 좋은 연재처를 찾았고.

어떤 흐름과 몇 개의 비축분을 갖고 시작하면 되며, 유료화하려면 어느 정도 지표를 내야 하는지.

유료 조회수가 몇이면 얼마의 수익이 나고.

신인의 계약 조건은 몇 대 몇인지.


사실 고백하자면 웹소설 본문을 채워 넣을 때보다 웹소설이 뭔지 알아보고 다닐 때 더 열정적이고 재밌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점차 웹소설에 대한 지식도 많아지고, 보는 눈과 쓰는 감이 늘었다.

그러자 처음에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휘적휘적 휘갈겼던 게 조금 이상해 보였다.


막상 썼을 땐 그냥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

그래도 생각한 거 잘 옮긴 것 같은데?

싶었던 게 다시 보니 이렇게만 하면 저렇게만 하면 좀 더 나아질 것 같았다.

그간 이것저것 배우고 알아보러 다닌 게 쓸모가 있었구나 싶었다.

전엔 안 보이던 게 보인다는 건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거니까.


나는 문제를 두고 그대로 나아가기보단 고쳐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길 선택했다.

글을 그대로 둔 채 누덕누덕 수정만 하면 오히려 흐름이 망가지고 이상해질 것 같아서.

이전의 비축분은 과감하게 날리고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았다.

이번에는 좀 더 신경 써서 잘해봐야지.


잘하려는 욕심이 가득하다 보니 웹소설을 쓰기까지의 시간이 꽤 고통스럽고.

어깨와 손에 납덩이가 주렁주렁 달린 것 같았지만.

그래도 마음먹고 앉아서 글을 뽑아낼 때만큼 시간이 쏜살처럼 훅훅 지나갔다.


웹소설은 내가 재밌다고 밤새 읽어댄 작품이 산처럼 많은 분야였고.

글을 잘 쓰는 건 몰라도 그냥 써내는 건 어느 정도 익숙하고 좋아하는 일이니, 드디어 방황하고 떠돈 끝에 내가 할 일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나도 쓸모 있는 뭔가를 하는 제대로 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사람.

그리고 있는 돈을 계속 축내기만 하면서 결국 다시 사회로 내쫓겨야 할 시점이 다가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웹소설로 아주 조금이라도 수익이 난다면 그만큼 내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테니, 궁극적으로는 돈을 벌어 시간을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다.


아직 잔액이 부족해서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이렇게 쓰기만 하면서 줄기만 하는 게 마음에 걸렸고 불안했다.

잘 나가는 웹소설 작가들은 수입이 어마어마하다는데, 나는 그 정도까진 바라지도 않고.

그냥 내 생활비 정도 충당되면 베스트고.

몇만 원, 몇십만 원 정도 벌린다고 해도 아예 생으로 다 마이너스만 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내가 늘 찾아왔던 내가 재밌어서 하고 의미 있는 일.

그게 바로 웹소설을 쓰는 일이구나.

하긴 꼬맹이 때 내 꿈이 작가였으니, 중간에 꺾이긴 했지만 돌고 돌아 다시 원점이구나.

그렇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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