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하나의 유머였다.
국가는 단 한 차례의 위기로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씩 그 영토와 영향력이 좁혀지며 사라져 간다.
멸망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던 구조는 무너진 상태다.
나라는 인간이 그랬다.
감정과 인식이 무너지기 시작하기 이전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는 채로 태어난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의도적 눈 돌리기에 능하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진실된 것'을 추구하기보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진실은 무엇이냐?
묻고 싶지만,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위하여 멈추도록 하겠다.
나는 원래부터 허무의 늪에 빠져 산 것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된 구조적 원인은 나의 성격과 환경에서 비롯된다.
어릴 적, 나는 3대가 같이 사는 대가족 속에 살았다.
거기서 나는 유일한 어린아이였고,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도 엄격한 예절과 윤리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한 번은 어른에게 "네가 앞으로 입학할 초등학교를 한 번 보고 와라."라는 말을 듣고,
먼 거리가 싫어서 거짓말을 했던 날,
어머니에게 플라스틱 야구 방망이로 몇 번이고 엉덩이를 맞아야만 했다.
그러한 엄격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돌아보는 능력이 길러졌다.
그렇게 내면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나날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한 번 사고에 빠지면 그것에 몰입하게 되었고,
"이 세상은 무엇인가?"라는 가랑비는
홍수가 되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나의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무너뜨린 것이다.
왜냐하면, 대답할 수 없는 문제에 숨 죽인 채 침묵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 양 살아가는 지혜를 얻지 않았던 것은 나였다.
나는 그런 삶을 선택할 수 없었다.
거짓된 전제 위에서 간신히 숨만 수는 그 삶을
지기 싫어하는 마음과 진리에 대한 열망이 곱해졌을지도 모른다.
시뮬레이션 우주라는 말이 성행한다.
가상현실이라는 말이 현실화되어 가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어떤 지적 존재의 시뮬레이션 세상에 존재하는 데이터 쪼가리일 수 있다는 가설이다.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계가 메트릭스인지 아닌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오늘도 스테이크를 잘만 음미하며 입가를 닦아낸다.
나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내 가족이, 친구가 참인지 거짓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존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던 순간,
내가 쥐고 있던 의미라는, 인간들이 만들어 낸 모래알들은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세계를 부수는 자가 되었다.
인간들이 망각과 실용성으로 이어붙힌 고철탑은,
내 눈에 너무 혐오스럽게 비추어졌다.
"I know this steak doesn't exist. I know that when I put it in my mouth,
the Matrix is telling my brain that it is juicy and delicious.
After nine years, you know what I realize?
Ignorance is bliss."
-영화 메트릭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