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1 - 과거 이야기

삶은 하나의 유머였다.

by 권동균

삶은 하나의 유머였다.


허무주의는 때때로, 생각이 깊은 사람에게 찾아온다.
나에게 그것은,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못한 대가였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세계에 절대적인 진리가 없다는 것을.
내가 오랫동안 경계해온 ‘주관적 진실’이, 결국 이 세상의 전부라는 것을.


“왜”라는 질문 끝에 내가 마주한 것은, 끝이 없는 절망의 심연이었다.
질문해서는 안 되는 금단의 영역을 밟은 자는, 결국 저주를 받는다.

학문은 전제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과학은 재현성과 인과성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과거의 반복된 경험에서 법칙을 추출하고,
그 법칙이 시간과 조건을 넘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믿는다.

종교도 전제를 갖는다.
기독교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되며,
하나님은 스스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나님 이전의 것을 묻는 순간, 혼돈으로의 입구가 열린다.


이성적으로는 안다.
'똑똑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제와 공리의 금단을 건드려선 안 된다는 걸.
하지만 나는 진리를 알고 싶었다.
진리에 의거하여, 진실되게 살고 싶었다.
그것이 나의 인생이었다.

그리고 내 삶은, 태양을 향해 날아가던 이카루스처럼,
숯덩이가 되어 십수 년간 멈추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