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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때리기 Feb 19. 2022

영화소재 됐던 ‘냉전’…현실로 소환된 이유

러시아 푸틴에 빙의해보기

2022년 2월 19일 쓰다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나토) 진영과 러시아의 전쟁 위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좀 이상합니다.

냉전은 이미 30여 년 전에 막을 내렸고 이제는

 <007> 같은 헐리우드 영화, 첩보전 등의 소재로 더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버전의 액션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닐 테고 무려 ‘2022년 현재’ 대체 왜 영화 소재가 다시 현실로 소환됐을까? 생각할수록 이상하고 어색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일수록 당사자가 돼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아니,  아예 상대방에 ‘빙의’해보면 푸틴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미국 매체 < The Atlantic >

Why the West’s Diplomacy With Russia Keeps Failing


"[T]his terrible moment represents not just a failure of diplomacy; it also reflects a failure of the Western imagination, a generation-long refusal, on the part of diplomats, politicians, journalists, and intellectuals, to understand what kind of state Russia was becoming and to prepare accordingly.”


“이 심각한 상황은 단지 외교의 실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상황은 러시아에 대한 서구 상상력의 실패를 의미하며 한 세대가 넘는 시간 동안 외교관,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들이 러시아가 어떤 국가가 되려고 했는지 직시하고 이에 대비하길 거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푸틴의 목표는 평화롭고 번영하는 러시아가 아닌 …자신이 계속해서 지배하는 러시아다”


https://www.theatlantic.com/ideas/archive/2022/02/lavrov-russia-diplomacy-ukraine/622075/


소비에트 연합(소련)이 붕괴하면서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은 뿔뿔이 헤어지고 독립합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신의 수족 같았던 볼품없는 국가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니 굉장히 불쾌하고 괘씸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저 ‘독립’ 정도만 했어도 좋으련만…  이들 국가의 상당수는 과거 자신의(러시아) 적이었던 서방 국가들과 같은 식구(나토)까지 됩니다!


= 여기서 잠시, 나토 가입 국가들 현황.

19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 가입 —> 2002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발트3국) 및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가입—> 2009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 2017년 몬테네그로 —> 2020년 북마케도니아

(—> 2021 우크라이나 가입 시도 중 ).


이처럼 20여 년간 야금야금 ‘동진' 결과 2021년 현재 나토 가입국은 총 30개국, 총 병력은 326만명(2019년 현재), 총 군사비 1조360억 달러입니다.


= 그렇다면, 나토 가입은 어떤 의미일까? 동호회 가입해서 회비 좀 내고 멋진 유니폼 맞춰 입는 수준은 아닐 겁니다. 핵심은 무기 배치, 군사 훈련, 정보 교류 등 그 모든 것이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들입니다. 군사 동맹을 맺은 거니까요.

(상상해보죠. 바로 옆집에서 우리 집을 향해 총을 겨누면서도 ‘너를 겨냥한 거 아니야”라고 주장한다면? 참기 힘든 일이겠죠.)


때문에 러시아와 나토 간 신경전은 늘 있었죠. 일례로, 트럼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한 후 미국 정부는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해왔고 동유럽/오키나와 등에 배치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러자 발끈한 러시아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교차관은 2021년 12월 13일 “정치적·외교적 절차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군사적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러시아 관영 RIA 통신 인터뷰).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리 20년간 참아왔다, 더 이상 못 참겠다’는 기분일 겁니다. 특히 독재, 장기집권을 꿈꾸는 푸틴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 중거리핵전력조약(INF)  = 1987년 12월 옛 소련과 맺었던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자는 약속 —> 트럼프 정부 당시 파기)


= 물론 나토의 동진 문제는 푸틴의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 중 일부인 것도 사실입니다. 정치는 항상 대외용, 대내용이 서로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니까요.

당장 러시아 경제 사정은 어렵습니다. 돌고 도는 이야기지만… 2014년 푸틴이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 푸틴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지지율은 매우 높았습니다. 그런데 그 ‘대가’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해 경제 제재를 단행한 바 있죠. 러시아 경제 사정이 좋을 리 없습니다.

게다가 푸틴의 정치적, 개인적 스캔들도 많습니다. 정적 암살 시도, 언론인 실종 및 사망, 푸틴의 젊은 애인 문제 등등.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타개할 방법을 그는 고민했을 겁니다. 더불어, 지난 2014년 유난히 높았던 자신의 지지율이 매우 그리웠을 겁니다. 그런데 때마침 우크라이나가 말썽(?)을 피웁니다. 푸틴에게는 더없이 좋은 재료가 된 겁니다.


= 정리하면 1> 옛 소련 제국을 그리워하는 KGB 출신 푸틴의 정치적 야망 2> 러시아 내 정치 이슈, 부정부패, 경제 문제 3> 우크라이나의 도발 4> 나토의 지속적인 확장 및 주변국에 배치된 각종 무기들.


= 구체적으로 러시아 요구사항을 요약하면,

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과 서방의 군사 고문, 훈련 교관 전원 철수

② 나토 국가와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연합 훈련 금지

③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모든 외국 무기 철수

④ 우크라이나·조지아 등 나토 추가 확장의 명시적 포기

⑤ 구소련 국가 내 나토 군기지 추가 설치 포기

⑥ 나토 군 자산 1997년 이전 수준으로 복귀.

( *제가 2월 10일 올린 브런치에 ‘1997년’의 의미를 적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 )

(* 참고로, 작년 12월 러시아가 나토 측에 요구사항을 보냈고, 1월 26일 나토가 답변을 했고, 이에 또다시 러시아가 답변하는 과정입니다.)


=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닙니다. ‘제국의 왕’이 되고자 하는 푸틴이 집권하는 한 위기는 계속될 듯 겁니다. 국내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돌파구 마련을 위해 시선을 외부로 돌리는 건 각국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니까요.  


“ 러시아가 이번엔 우크라이나를 노렸지만 다음엔 폴란드나 발트 3국 등의 국가들도 위험할 수 있다. 시나리오는 늘 비슷하다. 친러시아 성향의 주민들이 많은 곳을 골라 독립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침략 구실을 만드는 것이다. 발트 3국은 소련의 일부였고 폴란드도 소련의 영향권에 있지 않았나. 합병까진 아니라도 러시아의 영향권에 편입될 위험이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교수 인터뷰 중)


= 2022년 2월 19일 현재,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예고한 16일은 지났지만) "분명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고, 러시아는 '미국이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며 공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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