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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때리기 Apr 28. 2022

'말싸움'은 평화를 지키지 못한다.

  남북 강대강 대응... 다가온 위기 

4월 28일 쓰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사용 전제조건을 ‘전쟁방지용’에서 ‘국가 근본이익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로 확대했습니다. 


김정은은 4월 25일 오후,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공화국의 핵 무력은 언제든지 자기의 책임적인 사명과 특유의 억제력을 가동할수 있게 철저히 준비되여 있어야 한다.”


기존에는 미국 등 ‘외부 적들의’ 핵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용(억제)으로 핵을 개발한다는 명분과 논리였다면 이제는 ‘북한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고 할 때도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선제적 공격"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4월 5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역시 본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한 바 있었습니다. "그 누가 우리를 다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단코 그 누구를 먼저 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남조선이 어떤 이유에서든, 설사 오판으로 인해서든 서욱이 언급한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남조선 스스로가 목표판이 되는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어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까지 간다면 무서운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잇단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유심히 봐야 하는 지점은 김정은이 언급한 ‘근본 이익’입니다. 근본 이익은 그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고 광범위합니다.

예를 들면, 북한이 늘 격렬하게 반발해온 한미연합훈련이 보다 광범위하고 대대적인 규모로 확대된다면, 그래서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한미연합훈련은 (이제 진짜) 북한을 침공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판단한다면 이명박 정부 당시 연평도 사태처럼 실질적인 교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 이후 상황은 말그대로 예측 불허입니다(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이 공격용이라고 일관되게 말해오고 있습니다). 

전쟁은 애초에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 착오든, 우발적이든 여러가지 이유로 언제든 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은 선거 기간이었던 지난 1월  ‘선제 타격 능력 확보’라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바 있습니다. 선제 타격 등의 발언은 한 국가의 정치적 리더가 되겠다는 대통령 후보가 해서는 안 되는 발언입니다. 같은 언어라 하더라도 정치 지도자가 사용하느냐, 군인들이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무게와 메시지가 매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올해 들어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를 잇따라 하고 급기야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까지 공개한 것은 이같은 흐름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호를 시험발사한 바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2018년 이후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됐다며 “한미 야외 실기동 훈련을 올 가을이나 내년 봄 재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연합 야외훈련 재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장 북한의 도발 속에서 미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 4월 13-14일 이틀동안 동해상에서 탄도미사일 탐지·요격을 위한 연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의 이번 동해 전개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전후 북한의 도발을 사전 억제하기 위한 차원이었습니다. 

(미 해군측 공식 입장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겠단 미국의 약속을 동맹·우방국들에게 재확인해주기 위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28일 '자멸을 앞당기는 무분별한 망동'이란 글을 통해 △미국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의 최근 동해 전개 △한국군의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 등을 언급, "최근 남조선(남한) 군부 호전광들이 동족과의 대결 흉심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북한은 많은 초조함을 느낄 겁니다. 북한은 ‘ 우크라이나가 침공 당한 이유는 핵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1994년 ‘부다페스트 협약’을 통해 미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우크라이나에 핵 포기를 조건으로 안전 보장과 항구적 독립을 약속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2018) 등으로 살짝 잊혀진 시기지만 지난 2017년은 말그대로 “위기”였습니다. 트럼프-김정은간 ‘화염과 분노’, ‘핵 버튼’ 등 말폭탄이 오가고 실제 전쟁의 위기가 있었던 2017년 상황은 언제든 재연출될 수 있습니다. 

과거를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대북 강경일변도 정책을 펼쳤던 이명박 박근혜 시기 총 4차례의 핵실험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시기 1차례, 문재인 시기 1차례).  ‘속시원한 말싸움’ 뒤에 남은 상처는 천안함과 연평도였던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개성공단 문이 닫힌 것은 박근혜 정권 시기였습니다.


평화는 속시원한 말 몇 마디로 지켜지는 게 아닙니다. 냉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겁니다. 평화와 안보는 전략, 자제, 힘이 있어야 겨우 얻어낼 수 있습니다. 철없는 말싸움은 다시 한반도를 위기로 몰고가고 그 댓가는 결국 국민이 치르게 될 겁니다. 

과거로의 회귀… 두려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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