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99%를 대신하는 시대가 왔스빈다.
그렇다면 나머지 1%는 무엇이어야 할까요.
저는 그 1%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식을 어떤 마음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가르쳐지는 것이라기보다 살아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서점의 자녀교육 코너에는 늘 비슷한 책들이 놓여 있습니다.
어떻게 의대에 보냈는가, 어떻게 명문대에 합격햇는가, 어떤 공부법이 통했는가.
부모라면 당연히 눈길이 갑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자신감 넘치는 제목들 앞에서 자꾸 허전함을 느낍니다.
그 책들이 말하는 정답이, 과연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도 유효할까.
예전에는 많이 알고, 빨리 답하는 능력이 경쟁력이었습니다.
모르는 것을 외우고, 반복해서 훈련하면 앞서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많은 정보와 기술을 기계가 더 빠르게 처리합니다.
지식의 양과 속도만으로는 사람의 고유함을 설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럴수록 남는 것은 결국 다른 종류의 힘입니다.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힘,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판단하는 힘,
그리고 내 삶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 선택하는 힘입니다.
최근 읽은 악동뮤지션 부모님의 자녀교육서에서 저는 한 문장 앞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마음껏 하게 할 때 창의력이 나온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오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꾸 방향을 먼저 정해주고 싶어집니다.
넘어지지 않게 하려고, 헛걸음을 줄여주려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길로 보내주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런 개입이 때로는
아이가 자기 방향을 찾는 힘을 약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미리 정해준 목표를 향해 잘 달리는 아이와,
자기 안에서 질문을 꺼내며 방향을 만들어가는 아이는
결국 전혀 다른 어른이 됩니다.
악뮤 남매가 그들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경쟁의 트랙 위에 밀어 넣기보다,
스스로 삶의 리듬을 찾고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탐색하도록 두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AI, 코딩, 드론, 디지털 도구를 빠르게 배웁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길러져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기술을 왜 사용하는가.
이 기술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
이 기술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이 질문을 붙들 수 있는 힘입니다.
도구는 점점 더 정교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방향은 언제나 사람이 정합니다.
AI 시대에 부모가 아이에게 남겨주어야 할 것은
더 많은 문제집이 아닐 것입니다.
더 빠른 선행학습도 아닐 수 있습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아이 안에 자기 삶의 의미를 찾는 힘,
스스로 선택하는 힘,
기술을 사람을 위해 쓸 줄 아는 태도를 길러주는 일일 것입니다.
많은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오늘의 행복은 조금 미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점점 반대로 믿게 됩니다.
오늘을 행복하게 경험해본 아이가
내일도 자기 삶을 버텨냅니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무엇이 불편한지 알고,
누구와 함께할 때 편안한지 아는 아이는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성적표 하나로
자기 존재 전체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행복은 교육의 사치가 아닙니다.
오히려 내면의 중심을 세우는 가장 현실적인 기반입니다.
기술이 대부분의 답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끝내 남는 것은 사람의 몫입니다.
그 남은 몫을 결정하는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기술 너머에서도 끝까지 사람을 바라보게 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에토스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AI 시대의 교육은
정답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삶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붙어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정답을 많이 아는 아이보다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아이.
성공만 좇는 아이보다
삶의 의미를 느낄 줄 아는 아이.
기술에 끌려가는 아이보다
기술을 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