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에서 꿈으로 나타난 너
신혼여행에서 네 꿈을 꿨다. 꿈속의 배경은 어렸을 적 우리가 자주 가던 외갓집이었다. 꿈속에서 너는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한껏 삐져있었고, 그런 너를 달래주고 싶어서 나는 '우리 잠깐 대화 좀 할까' 하며 베란다로 불러냈다.
" 언니가 미워?"라고 물으니 너는 "응"이라고 대답했다.
네가 날 미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것도 오래간만에 네 꿈을 꿨는데 말이지. 무척.. 속상했다.
" 언니가 제일 사랑하는 건 너인 거 알잖아, 언니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라고 울며 네 손을 잡고 얘기하다 꿈에서 깼다.
눈을 뜨자마자 이제는 남편이 된 네 형부의 얼굴이 보였다.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꿈속에서 너무나 슬펐으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괜찮은 척을 했다. 마음 좀 추스르고 씻고 나갈 준비를 하는 중에 그가 물었다. 혹시 오늘 슬픈 꿈을 꾼 거냐고. 내가 실제로도 소리 내 흐느끼고 있어서 걱정했다고.
24시간 365일 내내 너와 너의 빈자리 생각부터 나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가끔 네 생각이 나고 또 나더라도 눈물을 참는 방법이 정말 많이 늘었다.
눈물도 정말로 삼켜지는구나. 뜨거운 음식을 어떻게든 목구멍으로 밀어 넣듯이 그렇게 밀어 넣으면 밀어 넣어진다는 걸 널 통해 알 수 있게 됐다.
입 안, 식도, 위장이 뜨거움에 벗겨지고 데었다 한들 겉으로 티나진 않잖아.
그렇다고 뱉을 수도 없잖아. 뱉을 슬픔이 아닌데 이건.
이걸 내가 더 강해졌다고 해야 할지 약해졌다고 해야 할지 사실은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산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게 무섭게도 딱, 맞는 말이다.
꿈에서 깨자마자 너한테 미안한 감정이 제일 먼저 들었다. 네가 질투를 하나보다 싶었다. 우리 자매가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우리의 자랑이었으니까. 우리는 우리 자매의 사이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이 있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세상에서 널 제일 사랑한다고 했었으니까. 돌이켜보면 언니는 네 남자친구들을 조금 질투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너보다는 내가 너에 대한 애정을 더 표현해 왔던 것 같은데, 그게 아니었나. 어디선가 외로워하고 있을 너를, 너무 신경 써주지 못했나. 내가 안 그래도 외로운 아이를 더 외롭게 만들었나 싶기도 했다. 네 꿈을 꾼 그날은 발리 길리섬에서 다시 배를 타고 짱구로 이동하는 날이었는데 마차를 타고 가며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우리 자매도 동남아 여행을 함께한 적이 있었잖아. 미얀마.
미얀마에 지내는 언니를 보러 경찰 시험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가족대표로 날아왔었지. 그때 정말 다신 없을 재밌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었는데. 우리에게 있었던 일을, 추억을 하나하나 이렇게 다 꺼내다 보면 서서히 숨이 턱 막혀온다. 핸드폰에 있는 그 행복했던 때의 영상들을 차마 볼 수가 없다. 성남 짐정리를 하다가도 너의 흔적들을 꺼내어 읽다가 그대로 무너져 펑펑 울었다. 아마 그 길리섬에서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던 게 우리가 바간에서 여행하던 때랑 너무 겹치게 느껴져서 내가 내심 네가 많이 보고 싶어서 그런 꿈을 꿨나 싶기도 하다. 아니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결혼이란 큰 행사를 치르면서 애써 네 생각을 저버렸던 것들이 미안해서인가 싶기도 하고. 그건 언니가 미안하기도 하지만 네가 좀 이해해줘야 해. 눈물바다인 결혼식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
동생아. 그래도 중요한 건 내 사랑의 제일은 너라는 사실은 언제까지고 변함이 없을 거라는 거야. 며칠 전 너를 보러 간 곳에서도 말했듯,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이렇게 적어내듯 이 사실을 잊지 마. 그리고 네가 날 미워하더라도 언니는 널 사랑한다. 아주 아주 많이. 그리고 솔직히 언니도 너 많이 미울 때도 있는데 그만큼 사랑해! 그 모든 미움도 다 지독한 사랑이라는거. 이제는 너무 잘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