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다는 게 너무 싫어 다시와
얼마 전에 들었던 드라마의 대사를 기억한다.
'제사'라는 게 간사람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남은 사람을 위한 것 같다는 말.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어김없이 온 그날은 왜인지 늘 야속하게도 청량하고, 맑고, 구름은 그림처럼 예쁘기만 하다. 너는 더운 날을 참 싫어했는데. 나보다 땀도 많고 더위도 잘 타는 아이라 여름을 아마 싫어했었던 것 같다. 예전 언니 자취방 에어컨도 네가 우리 집에 와서 하루 자고 간 다음 부모님에게 '엄마, 아빠. 언니 지금 지옥불에서 살고 있어.'라고 해서 달게 됐었는데. 동남아에서 지냈던 경험으로 인해 사계절 중 여름이 제일로 좋아진 나는 너로 인해 여름이라는 계절이 다가오는 것을 말 그대로 무서워하게 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바로 전 날이 언니의 중요한 일로 인해 정신없이 바쁜 날이었다. 네가 있었더라면 그저 신났었을 하루. 나를 보러 온 가족들을 다시 떠올려보니 그 가운데에 네가 있었다면 함박웃음을 보이며 네가 했을 말들이 눈에 선해서 마음이 참 아팠다. 언니의 일을 무사히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너의 취향과 모습들을 다시 떠올려보며 너를 위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준비했다. 그래도 이 날 만큼은 맘껏 네 생각을 해도 되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너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눈물이 고이고 그러다 못해 흐르는데 이제는 일단 눈물을 참는 게 버릇이 돼서 어떻게든 눈물을 안 흘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내가, 2년 만에 이렇게 된 나 스스로가 참.. 신기했다.
너의 행복과 평안함을 기리는 그곳에 앉아서 멍하니 네 생각을 하다 보면 정말로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어진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이게 맞는지. 말이 안 되는 일이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일어났었던 게 현실이라고? 싶다. 내 눈엔 그저 네가 헤헤헤 하며 보름달같이 밝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선 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 특유의 쑥스러움이 묻어 나오게 입을 가려가며 웃는 모습이 선한데. 웃고 있는 모습만이 자꾸 떠올라서 슬프면서도 다행이다 싶다. 행복한가 보다, 잘 있나 보다 싶어 지니까.
네가 없는 게 너무 싫어. 다시와. 다시와. 말도 안 되는 떼를 썼다. 언제부턴가 꾹 누르며 지내왔던 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애써 꽉 잠가놨던 마음이 무언가로 인해 툭 터져 나온 순간, 네 영혼이 있다면 우리가 왜 이렇게 만나야 하는 건지, 이렇게나마 너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가도 왜 이래야만 만날 수 있는 건지. 네가 정말 들을 수 있다면, 내가 목이 찢어져라 외치면 너한테 정말 들릴까, 네가 느낄 수 있을까. 그렇게 한번 터져버린 울음은 나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너의 부재를 어떻게든 잊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던 또 다른 내가, 그렇게 갇혀 지내던 내가 다 부수고 나와 뒤엎고 깽판을 쳐버리던 순간, 네가 없는 게 정말 너무 싫다고. 다시 오라고. 그렇게, 그렇게 바로잡던 정신을 놓고 울부짖었다. 말이 안 되는 건 알지만 정말 다시 왔으면. 제발. 제발. 다시 안아볼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라도 널 느끼고 싶었다. 하나하나가 다 사무치게 그립고, 잊고 싶지가 않으니까.
하늘나라로 가는 길이 실제로 있다면 너의 걸음 하나하나 편안하길,
행복하길 하고 바라는 날.
그날 아침까지도 그날이 안 왔으면 하고 바라는 게 솔직한 나의 심정이었다.
하지만 너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이렇게라도 너를 느꼈고 만났으니 그걸로 됐다 싶다.
동생아. 애기야. 나에겐 늘 애기인 너. 너의 영혼이 있었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싶기도 해. 우는 모습을 많이 보여 미안. 가족들이, 언니가 언제까지나 늘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사실 꼭 알아줘. 그냥 제발 미안해하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말고, 내 눈에 선한 네 모습처럼 많이 웃고 널브러져 쉬고, 복스럽게 먹는 너답게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턱 괴고 웃으며 지켜봐 주면 좋겠다. 요즘 꿈에도 뜸한데, 꿈에 딱 한번 나와줘. 우리 세 자매 여행꿈을 꾸고 싶어. 포르투갈에 가서 에그타르트를 먹는 거야. 에그타르트 하나를 셋이서 앙 깨물어 먹자.그럼 너네 둘은 싫어하면서도 못 이기듯 같이 해줘.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내가 릴스도 찍고, 사진도 찍자 하면 나도 이거 봤는데 하면서 같이 찍자. 재밌게 놀자. 꿈에 딱 한 번만 더 나와주고 우리 잊고 그냥 훨훨 날아. 걱정 말고 펼치고 지내. 잘 지내고 있어. 때가 되면 우리 볼거니까 그땐 꼭, 네가 있는 힘껏 언니 안아줬으면 좋겠다. 늘 마음으로는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고 믿고있을게.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내 동생. 언니는 절대로 너를 미워하지 않아.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