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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초요 Mar 04. 2022

7. 봄바다 감상하실래요?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앞바다입니다.

궁촌항이랍니다.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어 최근 개발되었고, 요트 계류시설도 설치되어 있어요.


내 어릴 적에는 이 방파제도 없었지요.

마을이 온몸으로

바다를, 파도를 맞이하여

폭풍우 치는 밤에는 마당에도 바닷물이 들어왔답니다.


아이들 가르칠 때

그 경험 이야기하면 너무 흥미로와 했어요.

밤새 비바람에 파도가 치고

이튿날 마당에 나가보면

파도에 밀려왔다가 미처 나가지 못한

고기가 퍼드득 댄 적도 있었거든요.


방파제가 없어서

파도가 마당까지 밀려 들어오면

학교를 갈 때

우리 집 처마 밑에서 후다닥 

다음 집 처마 밑으로 쏘옥

파도가 들이치면

잠깐 쉬었다가 밀려가기 무섭게

다음 집으로 후다닥

온몸으로 이야기해주면

몰입도 100


 1971년에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으니

아주 오래오래 옛날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던 때 이야기지요. ^^


민물과 바닷물이 우리마을에서

서로 만나요.

바다에서 놀다가 너무 추위를 느끼면

따끈따끈 데워진 모래벌판에

옹기종기 엎드려서 수다를 떨지요.


그땐 왜 그리 오줌에 목을 맸는지?

쪼르르 엎드려

"나 오줌 쌌게? 안 쌌게?"

서로들 대단한 퀴즈인양

 었던 기억에

혼자 웃어봅니다.


바닷물에 들어갔다가 민물로 오면

온천처럼  따뜻하지요.


옛날 옛날 30-40년

7월 말 8월 초가 되면

피서객들이 온마을을 차지하지요.

잔칫날처럼 술렁술렁 들썩거리지만

왠지 놀이터를 빼앗긴 듯

주눅이 들었던~


뽀얗고 이쁜 옷에

예쁜 말씨를 가진

도시 그 아이들이 참 부러웠답니다.

에고

그렇게 동경했던 서울에서

벌써 30년을 살았네요.


등대.

우리 마을에는 방파제가 두 개 있고

등대도 두 개 있어요.

하얀 등대, 빨강 등대

혹시 아시나요? 각 등대의 역할을?

바다의 신호등

하얀 등대는 파란 불빛, 빨강 등대는 빨강 불빛.

빨강 등대는 오른쪽에 장애물이 있으니

왼쪽으로 가라.

하양 등대는 그 반대이고요.


등대를

섬이나 산꼭대기 등

멀리서도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할 경우에는

대부분 흰색을 칠한답니다.

그러나 궁촌항 같이 마을 가까이 혹은

방파제에 세우는 경우에는

빨강, 하양 쓰임에 맞게 칠한다고 합니다.


두 방파제로 둘러 싸인 궁촌항.

왼쪽 하얀 건물은 어부들의 창고랍니다.



어부들의 창고 옆 주황색 건물에는 횟집이 있어요.

몇 년 전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펜션들로

아직은 마을이 어수선하답니다.


마을 한 바퀴 돌아보니

어릴 적 함께 놀던 친구 집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요.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시조  한구절을 중얼대 봅니다.


요트가 예뻐서 찍어봤어요.


아침 해돋이

집 앞 풍경

뒤에 있는 등대는 빨강 등대

앞에 있는 등대는 하양 등대

저 멀리 오른쪽에 보이는 곳은 초곡이라는 곳이에요.

황영조 마라톤 선수의 고향. ^^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지요. 궁촌 초등학교

저는 모교에서 4년간 근무하고

서울에 있는 사립초등학교로 갔지요.


초곡항도 참 예뻐요.

낚시가 잘된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지요.

바다 산책길도 잘 만들어져 있어요.


아침 일출, 제대로 잘 찍은 듯~~

앞에 있는 물은 민물이랍니다.

오대산 말사인 영은사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이지요.


저녁 무렵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찍고 싶어서...


파도가 지나간 자리

아직 파도의 여운이 남은

그 자리의 느낌을 혹시 아시나요?

섬세한

뭐라고 아직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한

얇고 투명한 레이스 같은 느낌

뭐... 그 비슷한 느낌

잘 찍지 못했지만... 상상해 보셔요.


부서지는 파도가 만들어 내는 그 하얀

그 무엇도

저를 설레게 하는 것 중에 하나랍니다.

파도 라인

해변 라인

나는 이 라인이 참 좋아요.

물기 머금은

파도 머금은 모래

모든 흔적을 깨끗이 지워주는 파도...

가끔 내 머릿속도 지워주었으면~~~


파도로 깎인 해변입니다.

내 어릴 적에는 모래벌판이 너무 컸어요.


민물을 지나 이 모래벌판을 건너 바다로 갈 때면

모래가 너무 뜨거워

한방에 갈수없어 발을 동동 굴렀는데...

지금은 많이 깎여서...



그냥 좋아서

펄럭 펄럭이는 파도가 마냥 좋아서

한없이 바라보다 남깁니다.



해양 레일바이크

궁촌과 용하를 잇는 레일바이크


해솔 숲길을 지나고

초곡의 조명 굴을 지나고

바닷가를 따라 용하까지 연결되는...

하지만 아직 한 번도 타 보지 못했어요.

매일 바쁘게 왔다가 가는

꼭 봄눈처럼 왔다가는 (초등 교과서에 나온 싯귀절... )

하지만

이젠 여유가 있겠지요.

온라인 예매만 가능하답니다.


레일 바이크 길을 걸어 봤어요.

해솔 숲길...

누군가에게 혼날까 봐 두리번거리면서 몰래 걸어봤답니다.

너무 좋았어요.^^


레일 바이크 해솔 숲길 왼쪽에는 이렇게 바다가 펼쳐져 있답니다.

다시 다른 방향에서 마을을 담아 봅니다.

지난 폭풍에 다리가 끊어졌다고 해요.

왼쪽 산 옆에는 공양왕릉이 있어요.

경기도에도 공양왕릉이 있다고 하는데

우린 우리 마을 것이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 중 하나

공양왕릉을 향해 집을 지으면

집이 완성되는 전날 밤에 폭풍우가 휘몰아쳐서

다 부서 버린다고

그래서 집을 지을 땐 절대로 공양왕릉을 향해 지으면 안 된다고...

아버지가 들려주신

마을 지명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궁촌

宮村

마을 이름에 '궁'이라는 글자는 함부로 쓰지 않는대요.

여긴 공양왕릉이 있기에

'宮'자가 들어갔다고...

우리 마을에 유명한 '마카'라는 펜션이 있답니다.

마을에서 마카 펜션을 가기 위해서는 이 다리를 건너 가지요.

아주 근사한 펜션이랍니다.

각 룸에서 바로 수영장과 연결되고

바로 앞이 바다이고...


너무 고가라는 소문에

멀쩡한 친정집 두고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지요.

다만 커피숍만


'마카'

우리 마을에서 '모두, 전부'를 뜻하는 말이

바로 마카랍니다.

"모두 아메리카노요."

"마카 아메리카노요"


아마도 이 펜션 어원이 그것에서 비롯되었다면?

마카 오세요.

모두 오세요. 우리 마카 펜션. ㅎㅎ


오늘 쪽 다리는 레일바이크 다리.


레일바이크 다리

이 다리의 기둥은 일제 때 세워진 것이에요.

철길을 놓다가 해방이 되어서 완성되지 못했지요.


저 철길 숲 속에서

어릴 적에 여름 성경 학교가 열렸어요.

절에 다니시는 엄마 몰래 여름 성경 학교 다니던 기억이 새록새록~~~

마을 안쪽 방파제 너머에 스노클링 하는 곳이에요.

투명 배도 탈 수 있어요.

우리 어렸을 적에 '작은 김'이라고 불렀던 이곳에는

미역도 많이 나고, 성게도 많고, 따개비도, 김도 잘 붙었는데...

무서움이 많은 저는 아예 가지도 못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고

책만 읽었던...

아마도 사회성이 부족했나 봐요.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바깥에 있는 빨강 등대와

안쪽에 있는 하양 등대 사이로

고기잡이 하러 갔던 배가 들어오고 있어요.

저 멀리 보이는 산,

산새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모교에서 근무했어요.

바닷가 마을에서 학교가 있는 곳으로 출근하려면

꼭 저 산새를 보면서 가지요.

저는 새가 날개를 펴서 마을을 품고 있는 형상으로 보인답니다.

그 산 아래에는 영은사가 있어요.

보이지 않는 부처님을 향해

많은 기도를 하면서 태교를 했답니다.

큰 방파제에서 바라본 바다입니다.

방파제 길입니다.

작은 방파제입니다. 마을 가운데에 있지요.

큰 방파제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큰 방파제에서 바라본 궁촌 항구 모습입니다.


아, 궁촌 휴양마을

카누와 스노클링이 있다는 것, 알려드려요.


봄바다 감상, 잘하셨나요?

또 좋은 것 있으면 올릴게요.

남은 오후

편안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폰으로 촬영하여

사진만 올린 뒤

노트북에서 글을 쓰니

순서가 뒤죽박죽입니다.

이해하며 읽어 주시면 고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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