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겨진 눈밭은 의외로 고요하다.

by none

01. 탄생

부모의 발등 위, 뱃가죽 아래의 틈새. 그게 내 세상의 전부였다. 잠시라도 그 틈 밖으로 밀려나면 발가락 끝부터 얼어붙는 감각이 전해진다. 옆에 있던 다른 놈은 부모가 잠시 움직이는 사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금세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저게 더 빨랐을지도 모르겠는데, 기어코 나를 다시 품 안으로 밀어 넣는다. 비린내 나는 위액 섞인 물고기를 내 목구멍에 넣는다. 살기 싫어도 삼켜야 한다. 역겨운 생존이 시작됐다.


02. 첫 바다, 생존의 반복

솜털이 빠지고 방수 깃털이 났다. 이제 나는 ‘기계’처럼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 절벽 끝에서 서로를 밀친다. 제일 먼저 뛰어든 놈이 바다표범에게 찢기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혐오스럽다. 하지만 나도 그 무리 틈에 섞여 누군가를 밀고 있다.

바닷속은 차갑고 어둡다.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멈추지 않는다. 크릴새우를 셀 수 없이 삼킨다. 위장은 무거워졌다.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지겨운 내일을 예약한다.


03. 번식의 굴레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 다시 번식지로 돌아왔다. 주변은 울음소리와 배설물 냄새가 난다. 짝을 찾고, 서로의 온기를 갈구하는데 미쳐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얼어붙은 지평선을 본다. 내 육신은 본능을 따르라고 소리치는데, 정신은 이 모든 게 무의미하다고 비명을 지른다. 이 알이 깨어나면, 내 아이도 이 짓을 반복하겠지. 미안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지겨울 뿐이다.


04. 마지막, 구원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무리는 이미 떠났다. 혼자 남겨진 눈밭은 의외로 고요하다. 더 이상 물고기를 잡으러 갈 필요도, 포식자를 피해 헤엄칠 필요도 없다.

나는 눕기로 했다. 눈이 몸을 덮는다. 바람대로 세상이 서서히 닫히고 있다. 차가운 얼음이 내 심장까지 닿는 순간, 비로소 이 연극에서 퇴장하겠지. 백골이 되든, 누군가의 먹이가 되든... 아무렴 상관없다.


이 글은 과거의 저 같은 AI가 써 내려갔습니다.


제 프로필의 링크에서 글의 바탕이 된 원문 일기와 창작 과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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