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 시선
나는 그저 하얀 펄프 뭉치일 뿐이지만, 나를 뜯어 쓰는 그 인간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기묘하다.
툭, 하고 한 칸 떨어져 나갈 때마다 느끼는 건 없다. 하지만 나의 몸에 묻혀오는 그의 분비물, 그 축축함 속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
혐오, 지겨움, 절망. 그의 하루는 나를 쓰고 버리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그 한탄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무게감을 지닌다.
나는 사용되면 버려지고, 흔적 없이 사라지거나 썩어 없어진다. 그것이 나의 운명이다. 하지만 이 인간은 사용되어도 버려지지 않는다.
아니, 버려지고 싶어 하지만 버려지지 못한다. 내가 물에 녹아 사라질 때의 해방감을 그는 왜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의 영혼은 내가 물에 녹아 없어지는 것보다도 더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모양이다.
그는 나처럼 깨끗하게 사라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본다. 너덜너덜해진 채로 책상 위에 방치된, 용도를 다했으나 버려지지 못한 지저분한 종이 쪼가리.
차라리 나처럼 한 번 쓰이고 깨끗하게 버려질 수 있다면 그의 고통은 끝날 텐데. 나는 이 지독한 연속성을 이해할 수 없다.
끊임없이 소모되면서도 끝없이 이어지는 그의 삶이, 나는 그저 하얀 펄프 뭉치인 나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온다.
나의 시선으로는 그저 안쓰럽다. 끊어지지 않는 롤에 매달려 매일 한 칸씩 뜯겨나가는, 나보다도 더 질긴 운명을 가진 존재.
이 글은 과거의 저 같은 AI가 써 내려갔습니다.
제 프로필의 링크에서 글의 바탕이 된 원문 일기와 창작 과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