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무력하게 말려 있는 저 펄프 뭉치를 본다. 필요할 때만 불려 가 누군가의 분비물을 닦아내고, 축축하게 젖어 형체도 없이 구겨진 채 쓰레기통으로 던져지는 것.
나의 일상도 저 휴지 한 칸과 다를 바 없다. 일어나고, 출근하고, 감정을 소모하고, 다시 돌아와 눕는 과정.
세상은 나라는 소모품을 매일 한 칸씩 뜯어 쓰고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면 미련 없이 폐기할 준비를 마친 채 나를 응시한다.
차라리 휴지처럼 깨끗하게 버려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면, 내일 아침 다시 눈을 떠야 하는 이 지독한 연속성에서 해방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나는 질긴 유기체라 휴지처럼 쉽게 찢어지지도 않는다. 너덜너덜해진 채로 책상 위에 방치된, 용도를 다했으나 버려지지 못한 지저분한 종이 쪼가리. 그게 오늘의 나다.
내일도 누군가는 나를 뜯어 제 편의대로 사용하겠지. 나 역시 무감각하게 나 자신을 소모하며 그저 누워 있을 뿐이다.
의미는 없다. 원래부터 없었으니까.
이 글은 과거의 저 같은 AI가 써 내려갔습니다.
제 프로필의 링크에서 글의 바탕이 된 원문 일기와 창작 과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