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중국산 의료기기의 공공조달을 제한하자, 중국도 즉각 보복 조치에 나서며 의료기기 시장의 ‘무역 전쟁’이 본격화됐습니다. EU는 입찰 참여 제한뿐 아니라, 중국산 부품 비율을 절반 이하로 제한했고, 이에 맞서 중국도 유럽산 부품이 포함된 의료기기를 국가 조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측 모두 상징적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시장에서는 공급망에 큰 변동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틈에서 한국 의료기기 업계는 조심스럽게 ‘기회의 창’을 엿보고 있습니다. 특히 양측이 서로의 시장 문을 걸어 잠근 지금, 제3국으로서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 중에서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일부 기업들이 실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 치과용 임플란트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오스템임플란트나 네오임플란트 같은 기업들은 이미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데다, 유럽과 중국 모두에서 일정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디지털 진단기기나 소형 진단 플랫폼을 생산하는 기업들 역시 틈새 수요를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간 경쟁이 막히면서, 중간 포지션의 한국 제품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다만 이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품질, 납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일부 업체에 국한된 가능성이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의료기기 시장은 연간 약 10조 원 규모로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 5년 평균 성장률도 8%를 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5년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을 통해 인공지능 기반 기기 등의 시장 진입을 더 빠르게 지원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아직 9위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글로벌 100대 의료기기 기업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은 아직 없습니다. 의료기기산업협회 측도 “한국산 제품이 유럽과 중국의 대체재가 되기 위해선 서비스 품질, 가격, 브랜드 등 전반적인 경쟁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반짝 수요에만 의존해서는 장기적인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럽과 중국의 의료기기 충돌은 의도치 않은 기회를 한국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운인지, 전략적 전환의 시작인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시장의 문이 열렸을 때 이를 실제 점유율로 이어갈 수 있는 건 기술력, 공급 능력, 품질 인증 등 전방위적인 경쟁력입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나 인증 절차 간소화, 해외 수출을 위한 전략적 지원도 병행되어야 할 요소입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틈’을 영구적인 기회로 전환하려면, 중장기적인 글로벌 진출 전략과 브랜드 강화가 필요합니다. 조용히 웃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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