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가격 폭등과 소비자 부담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권모 씨(69)는 최근 동네 마트에서 겉절이용 배추를 사려다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라 구매를 포기했습니다. 3포기가 든 배추 한 망의 가격이 무려 4만5000원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권 씨는 “추석 대목 때는 한 포기가 2만 원이 넘었는데 지금은 1만5000원까지 내려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처럼 배추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유례없는 추석 연휴 폭염으로 인해 배추 작황이 악화되자 일부 소매점에서는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이 2만 원을 넘기는 등 ‘금(金)배추’ 시대가 도래한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는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중국산 배추 수입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3일 기준 배추 1포기의 평균 가격은 9321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평년 가격인 6823원보다 무려 2498원, 즉 36.6% 오른 금액입니다. 지난달의 평균 가격인 7248원보다도 28.6% 상승해 이미 ‘금배추’로 불릴 만큼 가격이 급등한 상태입니다.
도매가 상승세는 더욱 가파릅니다. 배추 10kg 기준 도매가는 4만1500원으로 평년 대비 2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평년 도매가인 2만785원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입니다. 이렇다 보니 농협하나로마트 일부 지점에서는 한 포기당 2만2000원, 3포기 한 망은 5만9800원에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등 주요 대형 마트 본사 직영점에서는 자체 물류센터를 통해 산지에서 확보한 물량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 할인 행사를 통해 포기당 7000∼8000원대에 판매하고 있지만, 이는 기존에 확보한 물량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배추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매가격이 소매가에 반영되는 데 보통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롯데마트의 경우 현재 9990원에 판매 중인 배추 한 포기를 농림축산식품부 할인쿠폰을 적용해 7992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주 후반에는 정가보다 20% 정도 가격이 오를 예정입니다. 한편 최근 내린 폭우로 인해 배추 작황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어 이로 인한 가격 상승 압박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2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전국 농작물 1만2386ha가 피해를 입었으며, 이 중 배추 피해 면적은 678ha에 달했습니다.
김장철 배추의 경우 9월까지 어린 배추를 밭에 옮겨 심는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번 달의 생육 상황이 김장철 배추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추후 배추 작황과 공급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호우 피해가 김장철 배추값을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배추 수입을 통해 가격 안정화에 나설 계획입니다. 배추는 이미 수입에 대한 관세가 면제된 상황이기에, 정부는 aT를 통해 배추 수입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수입 배추는 오는 24일 이후 순차적으로 국내에 유통될 예정이며, 중국산 배추의 한 포기당 가격은 약 3000원 선으로 알려져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부 관계자는 “배추는 수입에 관해 검역 문제가 적어 비교적 수입이 원활하다”며 “이번 수입을 통해 가격을 안정화하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산 배추의 수입이 얼마나 빠르게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가격을 안정화시킬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