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의 세계적 부진
포르쉐가 전기차 시장에 주력 모델 타이칸을 앞세워 도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판매량은 급격히 줄어들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최근 타이칸의 GTS 모델과 4 모델이 추가되며 라인업이 확장됐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행 성능과 첨단 기술로 완성된 모델임에도, 소비자들은 더 이상 타이칸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타이칸 GTS는 강력한 700마력의 출력을 자랑하며, 제로백 3.3초라는 놀라운 가속력을 보여준다. 최대 643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등 전기 스포츠카로서의 성능은 분명 최상급이다. 그러나 이러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타이칸의 글로벌 판매량은 크게 하락했다. 2024년 3분기 판매량은 14,402대로, 이는 올해 초 대비 약 50% 감소한 수치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해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수많은 브랜드가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타이칸은 이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진다. 포르쉐가 중국 내 생산 공장이 없어 높은 수입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타이칸은 유사한 성능을 지닌 샤오미 SU7 울트라와 같은 현지 모델들에 비해 약 2.5배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샤오미 SU7 울트라는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와 성능 면에서 비슷하지만, 현지 생산으로 인해 가격이 훨씬 낮아 중국 소비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타이칸의 판매량은 주춤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경쟁 브랜드인 로터스의 에메야 하이퍼 GT가 등장하며, 타이칸의 위치가 더욱 위태로워졌다. 에메야는 동급 차량 대비 최고의 성능과 가성비를 자랑한다. 기본 모델인 에메야 베이스는 1억 4,800만 원, 고급형 에메야 R은 1억 9,990만 원으로, 타이칸 터보 S와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게다가 최대 486km 주행 가능 거리와 14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기술력을 갖췄다.
포르쉐는 다양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공격적인 마케팅과 할인 프로모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타이칸의 가격은 1억 2,990만 원부터 시작해 상위 모델인 터보 S의 경우 2억 4,740만 원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가격대가 소비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화재와 폭발 사고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전기차 캐즘’현상도 타이칸의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포르쉐가 전 세계 시장에서 타이칸의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가격 조정뿐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칸은 포르쉐가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모델이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타이칸의 부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