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순, 상처vs은혜

by 온길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순」중에서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마음 한구석에 조용한 울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내 인생의 장부에 어떤 빚을 남겨두었을까. 미처 흘려보내지 못한 상처는 마음 한 켠에 오래 묵은 고통으로 남겨두고,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은혜는 눈 감은 채 무심히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보내주어야 할 하나는 오래도록 되새기며 가슴에 품고, 내내 곱씹어야 할 다른 하나는 너무 쉽게 잊어버리며 마음 밖으로 밀어내며 살아왔다.

이 얼마나 불합리한 회계인가.


내 마음 속 상처의 빚부터 들여다본다.

차디찬 말 한마디, 내 마음을 몰라준 눈빛 하나, 애써 괜찮은 척했던 어떤 날의 침묵. 그 모든 조각들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눌러앉아 때때로 나도 모르게 현재의 나를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상처들은 단지 아프기만 한 흉터가 아니었다.

그 시간들을 견디고 살아낸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깊어진 눈을 갖게 되었고, 무너지지 않을 만큼 스스로를 단련할 줄 알게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상처는 내 안에 단단한 근육이 되어주었고, 내 삶의 부피는 더욱 두터워졌다. 근육이란, 찢어질 때마다 더 튼튼해지는 법이다. 불행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던 생의 경험들은 어쩌면 나를 키우기 위한 신의 선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은혜의 빚을 들여다본다.

말없이 곁을 내어준 사람들, 작은 말 한마디로 하루를 환히 밝혀준 누군가, 혹은 조건 없이 주어진 평범한 날들. 그 모든 순간들이 있었기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나는 그것들을 충분히 기억하지 못했다.

삶의 길목마다 받았던 은혜는, 마치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지방층처럼, 내 일상을 지탱해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 종종 잊을 뿐, 그 힘이 없었다면 나는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나는 나의 인생 장부를 다시 써 내려가려 한다.

상처도, 은혜도 모두 갚아야 할 빚이라 여겨 하나는 용서와 이해로 담담히 놓아주는 것으로 갚고, 다른 하나는 감사와 실천으로 되갚아갈 것이다.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또 다른 이의 장부에, 내가 은혜의 항목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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