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보다는 "원해"

틀이 아닌 울타리

by 온길

“안 돼.”
“하지 마.”
“안 되는 거야.”


학급에서 생활지도를 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말들이다.

이 말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고, 상황도 다양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 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건넨 말 중에
통제형 언어가 아닌 것은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나는 정말 이 아이들을 통제하려 했던 걸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렇지 않았다.


내가 했던 말들은 대부분 염려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친구와 다투지 않을까,
다른 학년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누가 다치지는 않을까,
학급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을까,
누군가가 쉽게 상처받지 않을까.


그 모든 순간 속에서

나의 본심은 아이들의 안전과 성장을 지키려는 마음이었다.


그렇다면, 나의 언어는
진짜 의도를 담아야 했다.


그렇게 '의식적인 말하기'를 해 보기로 했다.

물론 시작은 쉽지 않았다.

무엇이든 쉬워지기 전까지는

어렵고 서툴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말을 건네기 전에

내 마음의 방향을 먼저 확인하는 작은 절차를 만들었다.

그 짧은 멈춤이
통제형 언어를 의도형 언어로 바꾸기 시작했다.


“안 돼!” 대신, "원해."

너희가 매일 조금씩 실력을 쌓아가길 원해.
우리 반 안에서 각자가 안전함을 느끼길 원해.
이 공간은 많은 학생이 함께 쓰는 곳이야.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규칙을 지키길 원해.




학기 초, 아이들과 함께 학급 규칙을 정할 때면
‘틀이 아닌 울타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초등 자율의 힘』이라는 책에서 만난 말인데,
너무 깊이 와닿아서 그 이후로 계속 쓰고 있다.


틀은 아이를 가두고 움직임을 제한한다.
반면 울타리는 아이가 안전하게 머물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틀은 통제를 위해 존재하고,
울타리는 안전한 경계를 세우기 위해 존재한다.
결국 틀은 제약이며, 울타리는 보호다.


그래서 나는 생활지도 내내 이 차이를 의식하려 한다.

아이의 행동을 즉각 통제하는 것보다,
우선 상황을 멈춘 뒤

아이가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를 안내해주려 한다.



학급 상황으로 들어가보자.


감정 조절이 어려운 아이는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곤 한다.

이럴 때 바로 “소리 지르면 안 돼!”라고 말하면

아이의 행동은 잠시 멈출 수는 있지만

(때로는 전혀 멈추지 않기도 한다.)

그 마음속에는 또 다른 벽이 세워지기도 하고,

오히려 교사의 큰 목소리를 자극으로 받아들일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 우선 멈춰.

조금 진정되면 선생님에게 와.

이유가 있을 거야.

네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말해주길 원해.

선생님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아이들은 이 말을 들으면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격한 행동을 멈추기 시작한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진 뒤에는

조용히 다가와 그때의 이유를 표현하곤 한다.


이 말은 먼저 '멈춤'을 통해

지금의 행동이 안전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분명하게 알린다.
이것은 반 전체가 함께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울타리의 경계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울타리란 누군가를 가두는 틀이 아니라,
공동체가 서로를 해치지 않도록 지켜주는 보호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선생님은 네 이야기를 들을 거야. 기다리고 있어.”라는 말은
아이가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에 머물지 않도록

감정을 받아들이는 안전한 통로를 열어준다.
교사가 먼저 관계의 문을 열어두는 것은
아이에게 “너는 여전히 보호받는 존재이며,
이 상황은 너의 존재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결국 이 말은

행동의 경계는 단호하게,
아이의 감정은 따뜻하게 보호하는 울타리 언어다.


교사가 이렇게 경계를 세워줄 때
아이는 마음의 안전을 느끼며,
이전의 습관적 행동에서 벗어날 힘을 갖게 된다.





"안 돼"는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이해와 성장을 이끌지는 못한다.

반면
“원해”라는 말은

기준을 분명히 하면서도,
아이가 스스로 행동을 돌아볼 여지를 남겨주는 울타리가 된다.


때로는 헐거워 보이고,

다른 길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 울타리는 매일 꾸준히, 그리고 단단하게 쌓여

결국 나와 아이들을 지켜주는 힘이 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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