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동행
올해도 어김없이, 스티커 100개를 다 모은 아이들과 사제동행 데이트를 나간다.
멀리 보고, 오늘 하루 한 걸음.
‘오늘 하루 한 걸음’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우리 반의 작은 장치다.
어제는 여학생 3명, 오늘은 남학생 4명.
꾸준한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자리다.
몇몇 아이들은 친한 친구와 함께 나가기 위해 자기 차례를 늦추기까지 했다.
그 마음을 알겠고, 또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오늘은 남학생들과 볼링장을 찾았다.
“선생님, 저 볼링 처음 쳐보는데요.”
“그럼~ 그럴 수 있지. 선생님 있을 때 마음껏 경험해 봐.”
우리 반에서 “선생님 있을 때 마음껏 시도해 봐.”는 일종의 약속이다.
잘하고 못하는 것으로 친구들을 주눅 들게 하지 않도록,
교사가 먼저 방어막이 되어주겠다는 언어.
그래서였을까.
처음 쳐보는 아이도, 이미 잘 치는 아이도
3게임 내내 웃고, 소리 지르고, 행복해했다.
집에 돌아간 뒤, 아이 어머님께서 전했다.
“너무 재밌었대요.”
그 한 줄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작은 에피소드 하나.
친구들과 선생님 음료수를 사주려고
용돈까지 챙겨온 아이가 있었는데
내 차에서 내릴 때 지갑을 몽땅 두고 내려버린 것.
아이답고 사랑스러운 상황에 나도 웃음이 났다.
“그럼 오늘은 선생님이 사줄까?”
“아뇨… 제가 사드리고 싶어요.”
평소 숫기가 없어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던 아이인지라
그 마음이 더 깊게 전해졌다.
결국 차로 다시 와서 지갑을 챙기고,
나는 따뜻한 레몬티를, 아이들은 시원한 이온음료를 골랐다.
작은 한 잔이었지만, 마음만큼은 컸다.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주는 길.
나는 그 아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 일 년 동안 네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이 참 컸다.
덕분에 참 좋았어. 고마워.”
수줍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저도요.”
그 말 한마디가 마음 한쪽을 환하게 비춰주었다.
그리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아이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선생님, 오늘 감사합니다.”
숫기 없고 말수가 적어서
엄마가 늘 걱정하던 아이.
그 아이가 마음을 꺼내 건넨 첫 문장이었다.
가벼운 표현일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단한 것 아닐지라도,
교사로서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그 안에서 웃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들.
그 작은 경험이 아이 마음 속에서
‘기억할 만한 지나침’이 되어
어느 순간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오늘 나는 그런 순간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에 함께할 수 있음이
내 인생에 주어진 축복이다.
한 해를 이렇게 마무리해 간다.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오늘의 나에게도 감사하다.
하루의 작은 장면 하나가
내 마음에도 ‘기억할 만한 지나침’으로 남았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