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의 믿음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홀로 바다에 나가 거대한 청새치와 싸운다.
몸은 점점 지쳐가고,
한밤중에는 팔이 찢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는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그 순간, 노인은 속으로 중얼거린다.
“I wish the boy were here.”
“I must show him what a man can do and what a man endures.”
소년 마놀린이 곁에 있었다면.
그리고 그에게 이 싸움의 끝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노인은 다시 노를 붙잡는다.
세상은 그를 패배자로 보았지만,
소년은 여전히 그를 존경했다.
그 믿음 하나가 노인을 끝까지 버티게 했다.
돌아보면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생의 싸움은 결국 혼자 해내야 하는 것이 본질이지만,
우리는 인간이기에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일어서고, 끝까지 해낼 힘을 얻는다.
그렇다면,
내 삶 속의 마놀린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나는 누군가의 마놀린이 되어준 적이 있을까.
끝까지 해내는 힘은 분명 내 안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 힘을 오래도록 지켜주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믿음과 지지다.
살다 보면 숱한 풍랑을 만난다.
예상치 못한 파도에 휩쓸려 방향을 잃기도 하고,
가진 역량 이상으로 애쓰다
완전히 탈진해버리는 순간도 온다.
정말이지
더는 쥐어짜낼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긴박한 순간,
누군가로부터 건네받는 믿음과 지지는
꺼져가던 불씨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는 일과 같다.
그 한 사람의 존재가
다시 노를 잡게 하고,
끝내 항해를 이어가게 만든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그런 지지를 받으며 살아왔고,
또 누군가에게
그런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보통날의 철학〉에 썼던 글을, 오늘의 마음으로 다시 고쳐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