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이었다.
우리 반 남학생 한 명이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이런 노루궁뎅이 같은 녀석은 왜 있는 거예요?”
워낙 말이 빠르고
발음이 뭉개지는 아이라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그 아이의 평소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수업 중 좀처럼 집중을 못하던 모습,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며 울던 모습들.
하지만 그 장면들을
잠시 뒤로 보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응, 뭐라고?
다시 말해 줄래?”
“이거 말이에요.
이런 노루궁뎅이 같은 녀석이
왜 있냐고요.”
그제야 알았다.
아, 칠판에 붙어있던 자석을 말하는 거구나.
노르스름하고, 반짝이며,
작고 동그란 모양의 자석 하나.
나는 자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하, 이 자석 말이구나.
그래~ 노루궁뎅이를 닮긴 닮았네.”
그리고 아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 자석에 이름 붙여 준 학생은
네가 처음이야.
좋았어.
이 자석은 앞으로 네 거야.
다른 친구들한테는 비밀이야.”
그렇게
작은 자석 하나가
새 주인을 만났다.
아이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내 말이
아이의 마음에 닿는 순간이었다.
이런 순간들이
하나 둘 쌓이면,
더 나은 너를 위한 말도
오해 없이
마음 깊이 들어갈 것이다.
내가
너의 말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들으며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었던 것처럼.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닿으며
함께 자라는 중이다.
오늘 2교시,
아이들과 벚꽃을 보러 나갔을 때
그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내게 와서
꼭 안겼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아직 식사중인 내게로 와서
손을 흔들다 멈칫하며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지?'
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길래,
나는 말했다.
“고개 숙여
안녕히 계세요,
하면 되는 거야.”
아이는
서툰 몸짓으로
고개를 숙였다.
잘했어. 내일 보자.
그 한 번의 인사가
참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아이의 마음이
나를 향해
열려 있다는 것.
그 신뢰가
다치지 않도록,
나는
나의 말을
더 오래
골라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