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경험을 재해석하라

by 온길

아프지 않은 생명체가 있을까.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예고 없이 다가온 사건이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하고, 어떤 때는 스스로 선택한 길 위에서 나를 압도하는 고통을 만난다.

그저 그 시간을 견디며 통과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고통 속에서 우리는 쉽게 주저앉곤 한다.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경험은 내 안에 곪아 남는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예전의 상처와 닮은 자극이 다가오면 마음이 쿡쿡 쑤시고, 아리며, 또 다른 생채기를 내곤 한다.

아들러는 이것을 ‘전이’라고 불렀다.

과거의 아픔이 현재를 흔드는 현상.

'회복'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회복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넘어졌더라도 훌훌 털고,

상처 난 자리를 단단히 아물게 한 뒤,

다시금 뚜벅뚜벅 나의 길을 걸어가는 것.


이러나저러나 살아지는 인생이라지만,

아픔 뒤에 나름의 회복법을 익힌다면 웃는 날이 분명 더 많아질 것이다.

설령 지금 터널 속을 걷고 있더라도.



회복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건을 직시하되, 감정이라는 덫에 갇히지 않는 것.

즉각적인 반응 대신 잠시 한 걸음 비켜서서 상황을 살피는 힘이 필요하다.

심리학자 수전 데이비드는 불편한 감정과 처음 마주할 때의 마음을 ‘사납고 정신없는 원숭이 마음’이라 표현했다.

불교 명상에서 온 말로, 원숭이가 이 나무 저 나무를 정신없이 뛰어다니듯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뒤죽박죽 날뛰는 상태를 뜻한다.

그 마음을 억누르거나 외면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그저 알아차리는 것.

“아, 내 안의 원숭이가 뛰어다니고 있구나.” 하고 한 걸음 물러서는 것.

그 순간 감정의 덫에서 풀려나기 시작한다.

내 생각과 감정을 수용하되 그것이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두는 것이 핵심이다.



알아차림 다음에 필요한 것은 해석력이다.

내가 겪은 일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는 능력, 아픈 경험 속에서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힘이다.

이렇게 경험을 새롭게 읽어낼 수 있을 때 우리는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시선을 둘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평안을 이룬다.

평안은 상처 부위를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아물게 한다.



성장은 믿음에서 시작되고,
회복은 알아차림에서 시작된다.

둘은 함께일 때 비로소 균형을 이룬다.

자기 안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성장만 좇다 보면, 제때 돌보지 못한 상처가 언젠가 터져 나올 수 있다.

때로 넘어지더라도 다시 회복하고, 그때의 나를 존중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을 건강하고 의미 있게 이끄는 힘일지도 모른다.



결국 회복은 고난을 통과해내는 힘이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새롭게 해석하는 습관에서 비롯된다.


완벽히 통과해낼 필요는 없다.


그저 상처를 다독이며 천천히 지나가면 된다.


그러면 어느새 삶은 다시 우리 편이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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