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

엄마

by 가을나라

큰 아이 중간고사 둘째 날인 오늘 나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와 있다

타슈켄트 비행 출발 당일이었던 어제는 중3 아이의 중간고사 첫날이었고, 출근하는 차 안에서 막 시험을 치른 아이와 통화하며 점수를 들었다. 수학 95점, 국어 76점..

국어는 지난 1학기 기말고사보다 2점 오른 점수이며 엄청 어려웠고 실수가 많았다는 얘기를 했다. 아..라고 내뱉는 내 탄식을 아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고생했다는 말 보다도 큰일 났네 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고 국어 수행은 무조건 잘 봐야 돼 라는 말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한 번쯤은 노력 대비 점수가 잘 나와주기를 바랐다. 간절히 원해 죽을 만큼 노력했다고 보긴 어려운 게 사실이기에 그저 결과가 제발 좋게 나와서 아이가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부에 자신감을 좀 가지고 재미도 느꼈으면 좋겠고,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그런 생각들로 조금은 무겁게 출발한 비행이었다.

타슈켄트에서 아침조식을 먹고 있던 이튿날,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감 없던 영어시험을 잘 봤고, 역사도 잘 봤다고. 아이가 먼저 점수를 얘기해 줬다고 했다. 못 본 국어점수까지. 아빠한테 점수 얘기를 단 한 번도 한 적 없던 아이라 의아하기도 했고 시험을 잘 본 것 같아 당장 통화 버튼을 눌렀다.

과학 95점, 역사 92점, 영어 100점!!!

100점????? 너무 놀래서 크게 되물었다. 옆에서 밥 먹던 후배들이 100점 소리를 듣고 박수를 쳤다. 영어에 자신감이 없고 영어가 어렵다고 느끼는 아이라서 꼭 한 번은 백 점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늘이 되었다. 정말 기뻤다. 70점대를 전전하던 역사 점수도 크게 올랐다. 역사 때문에 전날 밤을 꼬박 새웠다고 했다. 아들의 목소리에 힘이 느껴져서 내가 더 기분이 좋았다.

내가 이렇게 중학교 시험에 울고 웃는 이유는 비평준화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내신성적에 의해 고등학교를 지원할 수 있다 보니 아이가 원하는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 문 닫으며 간신히 들어가는 일도, 성적이 안 돼서 학교에 지원을 못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안전한 점수로 학교에 입학해서 편안하게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식을 먹고 혼자 카페에 왔다. 아이스아메리카노 32000 숨. 한국 돈으로 3천 원이 조금 넘는다.

동네 국어학원을 검색해서 다이어리에 하나하나 정리해 두었다. 일일이 학원에 통화해서 상담도 진행했다. 네 군데로 추려서 남편한테 정보를 보냈다. 숙제 하나가 끝난 느낌이다.

이제 다시 호텔로 돌아가 운동을 해야 한다.

동료 크루들과 기장들은 양고기를 먹으러 갔다. 나는 오늘도 혼자 꿋꿋이 식단을 했고 혼자 카페에 와서 이런 일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실 나는 피트니스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양고기 유혹쯤은 물리쳐야 하는 시기에 들어와 있다.

시험이 끝난 뒤 친구들과 놀고 있는 큰아들과 달리 모의평가를 본 둘째 중1 아들은 수학학원을 다녀왔다. 둘째와 짧은 영상통화를 끝냈다.

꽤 머리가 좋은 둘째는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 시험이라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나는 내심 기대를 했다. 잘 볼 거라고. 그러나 과학 84점, 국어 90점, 영어96점, 수학100점. 잘하는 아이라 아쉬움이 더 컸다.

며칠 전부터 고민하던 국어학원과 새롭게 과학학원을 제안했다. 중1에게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게 맞나 싶긴 했다. 그래도 고생했다고 게임하라고 카톡을 남겨 놓았으니 위로가 되길 바랄 뿐이다.

팔이 저려오고 몸이 뻐근해지기 시작한다. 어서 가서 몸을 풀고 등을 당겨야겠다. 오늘부터는 거울 보고 포징연습도 제대로 많이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