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틴(Westin), 단 하나의 호텔만 가야 한다면?

더 웨스틴 (The Westin Hotels & Resorts)

by wwestin

누구나 최애 브랜드가 있다. 전자 제품에 관심이 많다면 전자 제품 브랜드 중 하나일 테고,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레스토랑 중 하나, 커피를 좋아한다면 자주 가는 카페나 자주 마시는 원두 브랜드가 최애 브랜드일 것이다.


나는 호텔에 관심이 많아 최애 브랜드가 호텔에 있다. 메리어트그룹에 합병된 후 약간 서자 취급을 받지만, 스타우드 호텔 그룹의 핵심축이었던 브랜드. 바로 웨스틴(Westin)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조선호텔로 더 익숙할 것이다. 신세계 그룹이 운영하는 호텔 중 조선호텔 서울과 조선호텔 부산이 바로 이 웨스틴과 계약을 체결해,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부산으로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웨스틴 호텔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1930년, 약 95년 전 미국 워싱턴에 세워진 웨스턴 호텔(Western Hotels)이 시작이다. 이후 미주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꾸준한 성장을 통해 1960년대에는 미국 증권 거래소에 주식이 상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유나이티드항공의 당시 지주사였던 UAL에 인수가 되었고, 1981년 웨스턴(Western)에서 웨스틴(Westin)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에도 웨스틴은 한동안 다양한 회사에 인수합병을 당했다. 그리고 마침내 1998년 스타우드에 완벽히 인수가 되어, 쉐라톤과 함께 스타우드를 이끄는 중심축이 되었다. 그러던 2015년, 호텔 업계에서 역사에 남을 사건이 벌어진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스타우드 그룹을 인수한 것. 스타우드 소속의 웨스틴도 자연스레 메리어트 그룹의 소속 브랜드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웨스틴의 충성 고객들은 대부분 스타우드 시절 유입된 고객들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2016년 스타우드가 메리어트에 인수되면서 메리어트 소속이 되었는데, 룸레이트(객실료)는 크게 올랐지만 다양한 서비스들이 조금씩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메리어트그룹자체가 수십 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데, 메리어트그룹의 주력 브랜드 라인에서 웨스틴이 조금씩 밀려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매력도가 떨어져서 안타까운 상황이랄까.


내가 웨스틴(Westin)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를 간단히 말하면. 요령 없이 교과서에 충실한 학생 같은 느낌. 그런데 성적은 잘 나옴. 꾸미는 법을 몰라 화려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지만, 수수하고 우직하고 성실한 청년 같은 느낌. 자세히 살펴보면 웨스틴은,



1. 본질에 충실하다.

메리어트에 인수되기 전 웨스틴의 브랜드 정체성은 굉장히 명확했다. "비즈니스맨들의 비즈니스 성공을 도와주는 호텔". 브랜드 정체성부터 호텔 본질에 충실하다. 출장으로 인해 타지에 방문한 출장객이 편안하게 잠자고, 컨디션 관리를 위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체력 관리를 위해 양질의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곳. 이를 통해 출장 미션을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호텔.


그래서 웨스틴은 유독 베딩(침구류 및 매트리스)에 많은 투자를 했다. 헤븐리 베드(Heavenly Bed)라는 베딩 브랜드를 출시해 일반 대중에게 판매하기도 하고, 전 세계 웨스틴 호텔&리조트의 침구류를 헤븐리 베드로 싹 바꿨다. 지금이야 웬만한 5성급 호텔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독자 브랜드 침구류를 판매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베딩 시스템을 브랜드화시켜 헤븐리 베드를 선보인 웨스틴의 행보는 혁신 그 자체였다.



헤븐리 베드 중 내가 유독 좋아하는 부분은 린넨류. 침대 시트와 베개 시트. 매트리스는 국가 환경에 따라 푹신한 정도가 조금씩 다르지만, 린넨은 공통이다. 이 침대 시트가 굉장히 독특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일반 호텔 침대 시트처럼 플랫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모시처럼 까끌까끌하다. 손으로 비비면 까끌까끌함이 느껴지는데, 막상 누워보면 부드럽기 그지없다. 더울 때는 땀이 덜 나고, 추울 때는 포근하다. 침대 시트 한 장의 차이가 얼마나 다를까 싶다가도, 이 촉감을 한 번 느끼면 잊기가 싶지 않다.


잦은 출장과 스트레스로 한동안 불면증을 앓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출장을 가면 숙소로 웨스틴을 고집했다. 신기하게도 이 침구류 속에 들어가면 그렇게 잠이 잘 올 수가 없었다. 잠이 잘 오는 라벤더 향의 Sleep Balm도 항상 제공해 준다.


요새 예쁜 호텔, 컨셉이 있는 호텔, 세련된 호텔 등 재미있는 호텔 들은 많지만, 호텔의 가장 본질인 "숙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을 가지고 있는 호텔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고지식할 정도로 본질에 집착하는 이 브랜드가 참 좋다. 배게 분야에 있어 끝없이 고민하는 호텔 브랜드가 포시즌스(Four Seasons)라면, 매트리스와 침구류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는 호텔 브랜드는 단연코 웨스틴(Westin) 일 것이다.



2. 건강한 식사와 룸서비스

5성급 호텔이 되기 위해서는 조건 중 하나가 룸서비스이다. 바로 이 룸서비스. 세계 최초로 24시간 룸 서비스를 도입한 브랜드가 바로 웨스틴이다


웨스틴의 룸서비스에는 독특한 점이 하나 있는데, 유독 건강한 메뉴의 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보통 룸서비스 메뉴를 보게 되면 햄버거, 피자와 같은 양식과 잘 알려진 현지 음식 정도로 구성이 되어 있다. 웨스틴에는 반드시 포함되는 메뉴가 있는데, "어느 나라에게나 익숙한 재료 + 건강한 조리법 + 지역, 국가적 특성"을 섞은 건강 메뉴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수비드 문어 샐러드, 수비드 닭가슴살 구이와 고구마 야채 소스 등과 같은 메뉴다. 그릴 구이 메뉴, 찜 메뉴, 해산물 메뉴의 비율도 타 호텔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심지어 가격도 동급 호텔에 비해 착한 편이다. 출장을 갔을 때 업무 처리하기 바쁘면 끼니를 샌드위치로 때운다. 룸서비스를 시켜봤자 비싸고, 메뉴도 건강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웨스틴에 방문하면 룸서비스 메뉴를 꼼꼼히 살피곤 한다.



3. 알찬 피트니스 센터

웨스틴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 아무리 크기가 작더라도 웬만해서는 피트니스 센터가 있다. 시차 적응 하기 위해서는 운동만 한 것이 없다. 업무 미팅을 앞두고서 얼굴 부기를 빼고, 잠을 깨는데도 운동 만한 것이 없다. 이런 관점에서 피트니스센터가 항상 구비되었다는 점은 상당한 장점이다. 방문 지역의 명소를 담은 러닝 코스 지도도 제공해 준다. 아침이나 저녁마다 야외 러닝을 하는 러너에게 도움이 된다.


웨스틴은 현재 브랜드 정체성이 살짝 바뀐 상태이다. 기존에는 "비즈니스맨들의 비즈니스 성공을 도와주는 호텔"이었다면, 지금은 건강과 웰빙에 신경을 쓰는 호텔 브랜드로 리브랜딩 됐다. 슬로건 자체가 "Sleep Well, Eat Well, Move Well"이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움직이라는 것(운동)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파나 온천과 같은 몸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을 곁들인 프로퍼티(지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있던 프로퍼티들이 클래식하고 딱딱한 호텔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웰니스(Wellness)"에 더 무게를 띤 호텔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브랜드 컬러도 기존의 딱딱하던 골드빛과 레드빛에서, 상큼한 레몬색과 안정을 주는 회색으로 바뀌었다. 리브랜딩 된 웨스틴의 방향성도 상당히 만족한다. 출장뿐 아니라, 가족 여행으로 방문하기에도 더 적합한 숙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메리어트로 인수된 후에 객실료가 너무 많이 올랐다. 내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룸레이트보다 항상 30%~40% 정도가 더 비싸니, 숙소로 쉽게 선택하기가 어려워졌다. 우수회원에 대한 혜택도 스타우드 시절보다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최애 브랜드를 떠올리면, 웨스틴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계속.. 객실료와 포인트 숙박 차감율이 대책 없이 상승하면, 이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웨스틴이 좋아도, 웨스틴의 객실료가 페닌슐라 호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과 비슷해졌다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다...)



*베개 : 낮은 베개& 높은 베개 1 세트

*매트리스 :

*덮는 이불 : 가벼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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