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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진 Sep 23. 2022

아린(芽鱗)

부모님을 생각하며 쓴 짧은 시

겨울눈을 싸고 있는

단단한 비늘 조각, 아린


이 추위 지나면 좋은 시절 올 테니

새날에 잎 내고 꽃 피우라며

겨울눈을 대신해

온몸으로 칼바람, 황소바람 다 맞는다. 


그 품에서 응축된 겨울눈의 생명이

한기 가신 바람에 꼬물거리면

이제 네 세상이니 꽃이든 잎이든 맘껏 펼쳐내라며

기꺼이 제 살갗을 찢고 벗겨낸다. 


닳아서 물러진 살갗은

땅바닥을 뒹굴다

솔솔 부는 봄바람에도 저만치 말려난다.


껍질과 속살까지 모두 자식에게 내어주고

조금씩 생에서 멀어져 가는

부모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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