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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May 24. 2024

월급이 있었는데, 없습니다.

어느 회사마다 매년 진급 발표를 하듯이

우리 회사도 매년 대대적으로 게시판에

진급자를 공지한다.

올해는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진급 대기자들은

진급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막상 진급 대상자

리스트가 회사게시판에 공지되는 날은 사무실

마다 아니 사람마다 천국과 지옥을 맛보는

느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다.


진급자들은 진급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사무실에선 마냥

기뻐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축하

한다고 말을 해주면 그때서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기쁨을 내색하고, 또 같은 팀

누군가는  진급이 되고, 자신은 탈락하더라도

자기감정대로 죽상을 쓰고 있을 수없으니

억지로라도 축하 말 한마디를 건네기도 하고, 

또 아주 소수이긴 하지만 죽상을 쓰고 있다가

다음날 연차를 갑자기 내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진급 대상자가 발표되는 날은

사무실이 축제의 장이 됐다가, 장례식이

됐다가 하는 기분이 든다.


나도 여러 번 물을 먹었고, 이젠 회사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진급 발표날에

나는 더 이상 축제의 장에도, 장례식장에도

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만 내가 받은 만큼만 일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거의 땡 하면 출근하고, 땡 하면

퇴근을 한다. 회사 월급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을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소폭으로 매년 인상이

되고, 그에 반해 세금은 월급인상률보다

더 오르다 보니 작년과 올해 임금의 차이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그마저도 월급이 들어오는

날에 카드값이며, 집 대출이자가 나가다 보니

월급이 있었는데, 없는 그런 상황이 매달

연출된다.


사실 올해 연봉협상이 되기 전에는 나가는 세금이

많다보니 작년보다 월급이 줄어든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협상이 돼서 월급이 오른 세금만큼은 

올라서 그나마 월급이 더 적어지진 않은 

상황에 좋아해야 할지, 나빠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혼자 살아도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많다 보니, 내 혼자 버는 월급으로도

빠듯하게 생활을 하고 있다. 집 대출이며,

관리비, 차 유지비... 내 병원비, 토리 병원비

까지 하면 어떤 달은 급여에 비해 지출이 

초과되는달도 있다.  

빠듯한 살림에 상시 비상금을 갖고 있으면 

좋겠지만 비상금이란 게 카드를 긁고 

다음날에 내는 방식이다 보니 월급은 

통장을 잠시 스쳐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진급도 되고, 월급도 많이 올라서

생계형 직장인이 아닌 취미정도로

출근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날은

이번 생에 올 거 같지 않으니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겠다. 그래도 토리가

온 이후로는 혼자 있을 때 즉흥적으로

떠났던 여행은 토리로 인해 못 가게 돼서

그나마 펑크는 안 나고 살아갈 수 있는

거 같다. 예전 같으면 샌드위치 휴일엔

어떻게 해서라도 휴가를 내어 짧게라도 

여행을 다녀오곤 했는데 말이다...


어젠 점심시간에 어깨 때문에 1주일에

한 번식 가서 마사지를 받는 곳에서

마사지사가 '나는 강하고, 담대함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을 한뒤에, 성경에 나오는 말인데,

나한테 늘 365일 '강하고 담대하게 살라'는

말을 해주었다.


요즘 회사에서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 그 문구가 내 마음에

콕 닿아 눈물을 흘릴뻔했는데,

엎드린 나의 자세가 불편해서인지 

눈물이 흐르지 않아너무 다행이었다.

달달한 케익 사먹기, 공원 산책 하기~

사람 사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있겠

냐마는 그래도 오늘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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