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뭐길래
드디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끝났다. 첫아이라 그런가? '나는 별 신경 안 써~'라며 무심한 척 해보지만, 그래도 엄마라고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가지만은 않는다. 지나고나니 참 유난을 떨었구나 싶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특히 그랬다.
우선 엄마 모교며 아빠 모교에 동네 초등학교들까지 찾아가며 아이와 초등학교 투어를 다녔다. 그리고 뒤늦게 시작된 아이와의 한글공부. 좀 더 아이가 한글을 재밌게 배울 수 없을까를 고민하며 이벤트가 열리는 도서관들을 찾아다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이의 등하굣길 안전교육까지. 예비초등학교 학부모로서 참 바쁘게 보냈다.
입학식이 가까워 왔을 때는 그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고나 할까?
"자, 우리 책가방 사러 가자."
뒤늦게 책가방을 사러 가고. 책가방을 살 때는 아이가 더 신이 났다.
"엄마. 저 이 가방 마음에 들어요. 이거 가볍고 좋은데요?"
내 눈에는 좀 큼직해 보이는 가방인데, 아들은 가볍다며 좋아했다. 책가방을 둘러멘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저학년 입학 책가방이라는데, 어째 가방 가게를 돌고 돌아도 하나같이 다 큰 거야? 내 눈에만 그런가? 그동안 내가 신경 써서 잘 먹이지 못해서 가방이 안 맞는 건지도 몰라. 그나저나 저 큰 가방을 메고 학교는 잘 다닐 수 있을까?'
지나고 나니 소소한 것들까지 뭐가 그렇게 걱정스러웠던 건지.
그러나 사실 아이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입학식 당일에도, 그 전에도 화장실 가기였다.
"엄마, 화장실 가는 거 저 혼자 해볼래요, 엄마는 절대 도와주지 마세요. 왜냐면 저 초등학생이잖아요."
화장실 갈 때마다 매번 엄마가 옆에서 지켜주고 챙겨주고 그래왔기에 행여나 학교에서 실수하고 당황하게 되지 않을까 한번이라도 더 연습해보고 싶었던 아이. 어린이집에서도 선생님이 도와줬던 부분이라, 학교에선 뭐든 알아서 해야 한다며 걱정되고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래서 입학식 때도 가장 먼저 알아둔 일이 화장실 다녀오기였다.
"엄마, 걱정마세요. 저 이제 혼자서도 잘해요."
표정만 봐도 잔뜩 긴장한 건 아들인데, 아들은 오히려 엄마의 걱정을 덜어준다고 이리 애쓰니, 내가 이런 맛에 살아가나 싶다.
그런데 아이 입학식 전날까지 엄마인 나의 가장 큰 걱정은 거울 속의 내모습이었다. 잠시 그때를 회상해본다.
"여보, 저 미용실 좀 다녀와야겠어요."
"미용실은 왜?"
"이렇게 할머니 꼴로 입학식에 갈 수는 없잖아요."
늘어난 흰머리에 염색하러 간다 하면서도 일이 바빠 전혀 시간 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입학식을 앞둔 쉬는 휴일, 이날만큼은 기필코 미용실에 가겠노라고 아이 아빠에게 두아들 녀석을 부탁했다. 그렇게 5살과 8살 아이는 아빠 손에 이끌려 목욕탕으로 향했고, 엄마인 난 미용실로 출발!
참, 신기하다. 예전에는 흰머리 하나 나는 꼴을 못보고 패션쇼 하듯 옷을 입고 출퇴근을 해왔는데... 엄마가 되더니 그런 내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벌써부터 여자로서의 나를 포기하고 살 줄이야.
요즘 내 몰골을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사는 게 바빠서, 할 일이 많다보니 내 외모를 들여다보는 일도, 외모 가꾸는데도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 남들 보기에는 그저 그저 핑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달라진 내 모습에 주변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결혼하더니 사람이 바뀌었네" "요즘 사는 게 힘든가?" 같은 이야기들. 그런 말에도 꿈쩍을 안 했던 나였는데, 아이 학교 입학식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움직이게 되더라는 거다. 물론, 아이는 내게 항상 말한다. "엄마. 예뻐요. 웃어요"라고.
그래, 사랑하는 아이 눈에만 예쁘면 그만이지.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입학식에서 남들 부모와 비교했을 때 초라하지는 않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에 이끌려 미용실에서 오랜만에 염색을 하고 머리를 다듬었다.
신학기를 맞아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던 미용실. 엄마들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하며 엄마와 함께 나란히 머리를 하는 아이. 미용실 안에서 다음날 입학식 풍경들이 하나하나 보이고.
그렇게 다시 입학식 당일의 풍경들로 들어가 본다.
아이는 물론 학부모들 모습에서도 긴장감과 함께 설렘, 기대감이 느껴진다. 엄마의 입학식인지 아들의 입학식인지, 그 모습은 분명 엄마도 아이도 나란히 초등학교 1학년생이 맞다.
"아들, 잘 할 수 있지?"
"엄마도 잘 할 수 있지?"
입학식 이후 앞으로 아들의 초등학교 생활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지게 될까? 당분간 엄마인 나도 아이와 나란히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