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한번 전라도 땅으로 출근하는 남편. 이번에는 아들과 함께 갔다. 남편의 꿈의 놀이터 공간인 전라도 땅은 사실 우리 가족 전체의 꿈의 놀이터이다.
먼 훗날 '프레디아빠의 연구소'를 만들어 세울 거대한 꿈을 갖고 있다. 남편의 연구소 옆으로는 자그마하게 아들의 연구소도 지어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연구소에 대한 큰 그림을 전해 들은 아들은 자신 또한 그 과정을 직접 현장에서 지켜 보고 싶다며 동행하게 된 것이다. 아들은 다시 아빠에게 부탁을 한다.
"아빠, 유튜버 허팝님의 허팝연구소처럼 나에게도 멋진 연구소 부탁해!"
아들이라서 그런가, 이제 12살 첫째인 아들이나 9살 막내 아들도 모두 아빠와 노는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 좋아하는 게임도 같이 하고, 만들기도 같이 하고, 뭐든 아빠와 함께 하는 건 재미있고 신이 난다고 말한다. 함께 레고 퍼즐을 이용해 성을 쌓고, 마인크래프트 게임 속에서 집을 짓는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아들과 아빠는 직접 전라도 땅으로 가 삽을 들고 흙을 파고, 벽돌을 올리고 성을 만든다. 현실판 레고 성 쌓기, 현실판 마인크래프 집 짓기를 하는 셈이다.
현실판 집짓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미 남편 스스로 혼자서 한땀 한땀 벽돌을 쌓고 집을 짓고 있다. 각관을 세우고, 벽돌을 올리고 지붕을 씌우고, 험난한 집짓기의 과정이 보인다. 이 모습을 어린 아들이 지켜보고 있다. 집 짓는 아빠의 모습을 자주 지켜봐왔기에 아들은 건축현장의 노동자들을 볼 때면 다 아빠로 보인다고 말한다. "아빠야, 저기 아빠야"
그때는 그랬다. 손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이렇게 해보라며 지시하기도 하는데 이런 어린 아들의 모습에서 공사현장의 감독쯤의 자태가 제법 풍겨 나오더라는 거다. 물론 아들이 옆에서 힘을 불어 넣어주었던 응원은 남편에게 정말 많은 응원이 돼 모두가 안 될거라 뜯어 말렸던 집짓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만의 멋진 셀프드림하우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당시 아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 18번.
"내가 커서 아빠처럼 어른이 되면 우리집은 내 손으로 지을 거예요.~~"
아들은 그때부터 꿈을 꿨던 걸까?
그렇게 벽돌이 올라가며 아들의 키도 자라고 어느덧 한뼘 더 성장해 나간 아들.
▲ 엄마와 함께 글램핑장에서 글램핑 특별 손님이 돼 함께 캠핑을 즐기기도 했다. ⓒ 이효진
비록 그곳에서의 사업은 실패했을지 몰라도 아들과 함께 했던 추억은 한 가득이었던 듯싶다.
작은 미니텃밭을 만들고 방울토마토며 오이를 따 먹으며 행복해했으며, 흙을 파고 꽃을 심고 나무를 심고 물도 주며 정성껏 나무와 꽃들을 가꾸어 왔다. 여름이면 마트가 아니라 옆집 수박밭으로 향해 수박을 사 왔고 맛있게 우리식대로 베어 먹으며 수박 피리 불기를 하며 놀았다. 넓은 마당이 있기에 강아지들을 키우기도 했으며 아빠가 만들어 준 그네를 타며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 했다. 글램핑 손님이 없는 날에는 우리가 글램핑 특별 손님이 돼 함께 캠핑을 즐기기도 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별이 보이는 영화관을 만들어 주고 싶다며 야외 영화관을 만들어 아들이 좋아하는 도라에몽 만화를 보는게 낙이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었던 게 참으로 많았던 그때.
마당 한 켠에 농구장을 만들어 농구 게임을 하기도 했고, 따로 별관 안에 탁구실을 만들어 가족끼리 팀별 대항을 펼치기도 했다. 아들이 그린 그림들을 탁구실 안에 전시해 우리 가족만의 갤러리로 활용을 하기도 했다.
6번의 겨울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즐기고 싶은 것들은 정말 실컷 즐겨본 듯하다. 지나고 나니 너무나도 소중했던 추억의 시간들.
시골에서의 삶에 이어 지금 우리는 아파트 생활을 해 나가고 있다. 시골과 다르게 학교며 병원이며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고, 아파트 생활은 여러 가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점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우리 가족 모두 현재의 삶 안에서는 뭔가 채워지지는 않는 것들이 있더라는 거다. 도대체 무엇이 빠져 있을까. 그렇게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해 예전의 시간으로 들어가 보니 시골생활만의 특별함과 우리 가족이 쌓아 나갔던 추억들이 있더라는 거다.
그래서 아들은 시골 땅을 사려는 남편을 뜯어말렸던 엄마를 설득하며 아빠에게 다시 기회를 주자며 이야길 했었던 듯하다.
"엄마, 실패는 작은 성공이야. 한림에서 좋았던 기억도 얼마나 많은데,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는 거잖아."
아마도 그때부터였었던 듯하다. 아빠와 아들은 서로 함께 같은 꿈을 꾸어나갔다. 그렇게 이번에는 우리 가족 전체가 같은 꿈을 꾸고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전라남도에서 아들의 영상이 하나 둘 전송되기 시작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즐거운 주말여행의 모습이 한 가득이다. 고기도 구워 먹고 직접 흙을 파며 삽집을 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지난 영상 속 남편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또 영상으로만 봐 온 아빠의 활쏘기 장면을 직접 현장에서 본 아들이 자신도 한번 해 보겠다며 활시위를 겨눈다. 재미있게 즐기는 아들. 이번에는 아빠의 성 쌓기를 도와 아들 녀석도 무언가를 같이 만들어 낸다.
우연히 구입한 1000만원으로 산 땅이 남편과 아들에게 새로운 놀이거리를 선물해 주었다. 어쩜 머나먼 여정이 될지 모르지만, 아빠와 아들이 함께 바라보는 꿈의 연구소가 엄마로서는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니, 지금의 이 더딘 과정 일지라도 아빠와 아들의 추억 쌓기가 이미 한뼘 더 자랐음에 엄마는 박수를 보내본다. 비록 미완성일지라도 그 안에는 아주 값진 추억이 담겨 있기에.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