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안의 세계와 밖의 세계, 아이에게 필요한 건
▲아이의 세상, 스마트폰. 지난 2025년 8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 주었다.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가 된 스마트폰 ⓒ 이효진
초등학교 4학년 둘째 아이는 매일 스마트폰을 본다. 스마트폰으로 할 줄 아는 것, 가장 자주 하는 것은 게임이다.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친구들도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의 세계에서 친구 관계와 놀이는 대부분 스마트폰 안에서 이어진다.
밖에 나가서도 스마트폰이고, 집에 돌아와서도 스마트폰이다. 각자 집에 있어도 서로 통화를 하며 게임 이야기를 나눈다. 어른의 눈에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빠는 늘 혼을 낸다.
"이제 그만."
"좀 적당히 해."
아이의 손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질 때는 잠깐이다. "조금만 더"라는 말과 함께 다시 스마트폰은 아이 손으로 돌아간다. 이 장면은 요즘 많은 가정에서 반복되는 풍경일 것이다.
2026년, 새해 새날을 맞아 아빠가 아이에게 장난처럼 말을 던졌다.
"어? 아빠가 너 비밀번호 알고 있어. 게임 지운다?"
그 말에 아이는 순간 겁이 났다. 아빠가 정말로 비밀번호를 풀어 게임을 지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즉시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아주 어렵게 바꿨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너무 어렵게 바꿔버린 비밀번호가 아이 스스로도 기억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결국 이 문구가 떴다.
'24시간 후에 다시 시도하세요.'
아이는 여러 번 시도했지만 비밀번호는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 지문 등록도 풀려 있었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는 크게 화가 났다. 아빠가 비밀번호를 다 안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해결 방법은 하나였다. 스마트폰을 초기화하는 것. 유튜브 영상을 통해 스마트폰 초기화를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실패! 결국 스마트폰 서비스센터로 가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아빠는 바로 가지 말자고 했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혹시 기억날 수도 있잖아."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시간이 흘렀다.
아빠의 마음속에는 다른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스마트폰과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끊어보고 싶다는 마음. 강제로라도 멈춰보게 하고 싶다는 마음. 많은 부모들이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생각이다.
그렇게 아이는 거의 일주일을 스마트폰 없이 지냈다. 게임도 없고, 친구들과의 통화도 없고, 늘 손에 쥐고 있던 화면도 없었다. 그리고 6일 저녁, 아이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세상이 지겹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 그냥 가만히 있고 싶어. 다 똑같아."
일주일 동안 스마트폰 없이 살아온 아이의 말이었다. 이 말을 듣고 엄마인 나는 생각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은 정말 '전부'였을까. 우리는 스마트폰을 끊은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세계를 잠시 끊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아이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게임이었고, 친구였고, 하루의 리듬이었다. 물론 그 안에는 분명 과한 사용도 있었고, 조절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사라진 자리에는 '대안'이 함께 놓여 있지 않았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 남았다. 서비스센터에 가서 비밀번호를 풀고 다시 스마트폰을 돌려줘야 할까. 아니면 이 공백의 시간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까. 스마트폰을 다시 쥐여주는 것이 아이를 돕는 일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문제를 미루는 일일까.
스마트폰 세대 아이를 키우며 느낀다. 문제는 스마트폰 그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이가 스마트폰 말고 붙잡을 수 있는 세계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부모는 그것을 함께 만들어주고 있는지, 그 질문이 더 중요해 보인다.
아이의 비밀번호를 풀어주는 일보다 어려운 것은, 스마트폰 밖의 세상을 아이와 함께 다시 만들어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