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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Feb 05. 2017

컴퓨터 앞에 앉은 남자

제주에 사는 남자, 네마음을 보여줘~!

<컴퓨터 앞에 앉은 남자>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본능적으로 컴퓨터를 켜는 남자!
부팅이 되는 시간을 기다리며 여유롭게 커피까지 타고 마셔요.
금세 컴퓨터 윈도우 창이 열리더니 남자는 메신저에 접속부터 한대요
회사메일로 업무가 폭주된 걸 알고도 사실 두려워서 메일을 열기가 힘든 남자거든요. 대신 출근과 동시에 메신저에 접속을 한대요. 이게 바로 일종의 출근도장!!! 업무관계자에게 회사에 출근했노라 간접적으로 통보하는 거에요.
메신저에 접속이 끝나면 사무실에 직장상사가 와 있나 없나를 우선 살펴본대요. 과장님..부장님이 안 오셨다면 찬스에요. 일단 증시 관련 인터넷 사이트부터 접속해요.
휴일에 외국주가가 폭락했다는 소식에 주가에 바짝 신경이 쓰인다는 남자~ 푼돈으로 하는 주식이라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실시간으로 확인을 한대요. 이때 어디선가 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자네.. 주식하나? 주식 오르면 회사 그만 두겠어요..대리님..” 하시는데... 이 한마디말에 황급히 주식창을 닫아 버려요..


남 - 그래, 점심시간에 확인하지 뭐... 


다시 부장님 안 보는 틈을 타기 시작! 인터넷에 접속하는 남자...
어제 새벽 월드컵 한국축구가 16강에 올랐고, 과연 해외 언론에선 대한민국의 16강진출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하대요. 여기저기 관련기사를 찾아 읽어보는 남자에요.
오전까지 처리하라는 일도 다 끝냈고 이제 여유롭게 인터넷게임을 즐기는 남자! 기본게임.. ‘지뢰찾기’가 시작됐어요.
폭탄이 터지자 괜히 놀래 뒤를 바라보는 남자! 혹시 부장님 나타나 게임하는 거 걸리는 건 아닌지 업무중에 하는 딴짓이라 신경이 바싹 쓰인대요. 다행히 부장님이 아닌 직장동료에요. 남자의 컴퓨터에 다음달 프로젝트 데이터가 있냐고 물어봐요.


남 - 그게... 다 날아갔어


파일이 있는데도 괜한 경쟁심리가 발동해 거짓말을 하더니 다시 또 말을 바꾸는 남자!


남 - 저기 그게... 날아간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여기 있더라구.. 보내줄게


한참 일을 하고 났더니 기분전환이 필요하대요.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던 도중 다음의 기사 제목이 시선에 확 꽂혔어요.
“고소영 초미니스커트 아찔~” 자연스레 클릭 버튼을 눌러대는 남자!!!
하지만 이런~~~· 아찔!!!! 순간 팝업창이 여러 창 동시에 열리는게, 지레 겁이나요.


남 - 안돼!! 이러다 지나가던 동료들이 비웃고 오해하지..


야한 사이트에 접속한 걸로 오해하기 딱이라며 창 위에 달린 엑스자를 조용히 클릭! 창을 닫아요. 지뢰찾기 할 때보다 더 빨라진 손놀림이에요. 컴퓨터 앞에 앉은 남자는 참 바빠요. 어제 본 축구경기임에도 다시 축구하이라이트 장면을 소리죽여보기도 한대요.
또 무료영화사이트를 뒤져 보고 싶었던 영화를 다운 받기도 해요.
영화를 극장에서 돈 내고 보는걸 아깝다 말하는 남자거든요. 그랬더니 주변에서 말이 많아요. 영화는 뭐니 뭐니해도 영화 극장에서 봐야 제맛이래요.


남 - 그건 돈 있는 사람 얘기야


그러면서 술값은 어디서 남아도는 건지!
영화를 다운 받기 위해선 6시간은 기다려야 하지만 까지것 무료인데 좀 기다리면 어떠냐며 괜찮다 말하는 남자!!! 뒤적뒤적 다운 받을 영화를 찾다보니.. 갑자기 한번 더 야동에 확~! 꽂혔어요.


남 - 다운 받아? 


마음은 굴뚝같지만 회사내에서는 금기사항이기에 참아요.
그 야심찬 도약을 시도했다가 영원히 회사와 이별하는 순간이 올까봐 꾹꾹 참는대요.
이때 어디선가 부장님의 소리가 들려와요.
‘고소영 임신한 채 홍대 나들이 ’ 이 기사가 검색순위 1위라며 최신정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자랑스레 얘길 해대는 부장님!


남 - 아..네.. 저도 봤습니다.


부장님은 “아니.. 자네.. 일하는데 어떻게 봤나?”라며 의아하게 묻고 남자는 순간 실수했다며 다음과 같이 얘기해요.


남 - 아.. 네.. 제 와이프가 말해주더라구요


그 기사는 오늘 아침에야 올라온 뉴스라며 바로 따져 묻는 부장님!!!
아.. 괜한 얘기 했다가 그만 업무중에 딴짓한 사실만 딱~ 걸려버린 꼴이에요. 컴퓨터가 남자의 일도 도와줘.. 남자에게 정보도 가르쳐 줘~ 참 많은것들을 가르쳐줘요. 그렇다보니 매일 매일 컴퓨터에 중독이 된 것 같다 말하는 남자! 이제는 집에서 아내와 마주 앉는 시간보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다는 거에요. 오늘은 사랑스런 아내와 서로 얼굴 보며 데이트 하는 시간을 좀 가져봐야겠다며 남자는 오랜만에 아내의 sns에 접속해 다시 총각때처럼 데이트 신청을 해요.


지금까지 컴퓨터 앞에 앉은 남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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