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처음부터 테이크 아웃이었습니다.
매장에 앉아서 한가하게
커피를 마실 마음은 없었으니까요.
얼른 한 잔 들고 들어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출근 날은 아니라 여유가 있었거든요.
온몸을 누군가에게 마구 난타당한 듯
쑤시고 결렸지만
따뜻한 커피 한 잔은 하고 싶었답니다.
주문을 하고 음료를 기다리다
무심코 창밖을 내다봤습니다.
꼭 뭘 기대하고 본 건 아니랍니다.
무슨 텔레파시라도 통한 건지
하필이면 그때 시선이 그리 가더군요.
처음엔 환영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몸 상태가 영 아니니 헛것을 보나 싶었답니다.
헛것이라면 이내 사라질 텐데
내가 본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내 눈을 의심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매장 밖에 있던 누군가가 유리 너머로 인사를 건네더군요.
당신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떴습니다.
틀림없는 당신이었습니다.
몇 번이나 눈두덩을 비비고 싶었습니다.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요?
그렇게 마주치려 애를 쓸 때는
번번이 어긋나더니
기어이 오늘 당신을 보게 되는군요.
하마터면 밖으로 뛰쳐나갈 뻔했답니다.
그 순간의 설렘이나 기쁨을
도대체 어떤 말로 표현이 가능할까요?
작정하고 만난다 해도
이보다 기쁘진 않을 겁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쳐도
오늘 만큼 설레진 않을 겁니다.
비가 내려 기분까지 가라앉았는데
당신을 보고 말았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